◀ 앵 커 ▶
경북 북부 최초의 '1종 미술관'인
안동 송강미술관이 개관 3년차를 맞았습니다.
시인이기도 한 주부가 40년 전부터
품어온 꿈이 폐교 한 채에서 시작돼,
지역 예술의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엄지원 기자
◀ 리포트 ▶
야트막한 산 아래,
붉은 지붕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새하얀 외벽 앞으로 너른 잔디밭이 펼쳐지고,
편안히 눈을 감은 얼굴 형상의 대형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곳은 재작년 문을 연 1종 미술관,
학예사와 수장고, 교육 공간을 갖춰
정부에 정식 등록된 송강미술관입니다.
안동주부문학 회장을 지낸 김명자 시인이
20년 전 폐교 부지를 사들여 지역화가들의
창작 산실인 '솔밤작가촌'으로 운영하다가,
9년 전부터는 미술관 건립에 나선 겁니다.
미술관 건물 하나하나는,
평생 지역에서 건설업을 해온
남편과 함께 지은 결과물입니다.
건축 설계부터 공간 구성까지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평범한 이웃들의 쉼터를 만들고 싶다는
오랜 바람에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 INT ▶ 김명자/송강미술관 관장
"젊은 엄마들은 애기 데리고 잠깐 소풍 나오듯이 와서 뛰어놀고 쉬어갔으면 좋겠고 저처럼
나이 먹은 분들은 외지 분들 그림 구경하긴
힘들잖아요. 그래서 와서 그림도 보고 좀 마음의 여유를 갖고 그러고 '뭐 이런 그림 같으면
나도 그릴 수 있겠네'.."
상설 전시가 이뤄지는 미술관 본관을 비롯해,
지역 문학사를 담은 '안동문학관',
지역 작가와 다양한 계층의 작품을 아우르는
'갤러리송강', 그리고 관장이 수집한
전통 떡살이 전시된 '떡살전시관'까지.
총 4개의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분기별로 열리는 기획 전시도
꾸준히 수준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소장작품 순회전인
대구 추상미술 하이라이트展이 진행 중입니다.
정점식 등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4인의 회화 35점이 소개돼
추상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달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 공개됩니다.
◀ INT ▶ 임정혁/송강미술관 선임큐레이터
"사립미술관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품격있는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국내외의 미술관과의 교류, 또 작가님들과의 교류(를 추진 중입니다)"
갤러리에서는 지역 작가 발굴과 전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 INT ▶ 지승호/ '갤러리송강' 초대작가
"또 새롭게 시작하는구나. 피가 이렇게 끓는다 그래야 되나요. 이 계기를 통해서 작업을 열심히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시민 교육 프로그램도 올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서양화, 서예, 도예 등
실기와 이론을 병행하는 강좌를 비롯해,
다음 달 사진 아카데미도 운영하는데,
전용 공간인 교육체험실도 곧 개관합니다.
◀ INT ▶ 신소미/송강아카데미 참여 시민
"혼자 미술사 공부도 해보고 했지만 또 실제로
기초를 체험하는 거는 분야별로 쉽지 않잖아요.
또 유명하신 서예 선생님한테 직접 획을 긋는
이런 영광의 기회를 누릴 수도 있고요. 이제
도예도 기대가 됩니다."
◀ INT ▶ 일만 김상년/서예가
"서예가 사실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는 작업이다보니까 시작점이 어떻고 왜 이걸하면 좋은지에 대해서 그 맛을 보면 거기에서 더 이어서 더 깊이를 느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하고.."
나아가 북부권 예술 인프라 확대를 위해
인근 시군에 작품 무상 대여 활동도 병행하며, 공공 미술관의 역할까지 감당하고 있습니다.
전시와 교육, 작가 발굴까지
미술관 본연의 기능을 하나하나 채워가며,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외연을 넓혀가는
송강미술관.
◀ st-up ▶ "누구나 화가가 되고,
시인이 되는 예술이 일상이 되는 공간.
'어느 시인의 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배경탁·차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