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석 달 전 산불로 일상이 무너진 건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웃이 죽고, 집이 불 타 대피해야 했던
전쟁 같은 상황에 아이들도 상처가 컸는데요.
놀이를 통한 심리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엄지원 기자
◀ 리포트 ▶
공사장에나 있을 법한 거대한 원통관.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기어들어가
놀이를 시작합니다.
◀ SYNC ▶
"얘들아 흔들흔들 지진이다.
(우와 지진이다. 지진이야)"
얼기설기 붙인 낚싯대 하나로
상상력은 물살을 가릅니다.
고대에 살았다던 초대형 상어가 나타났습니다.
◀ SYNC ▶
"이쪽에 메갈로돈 있거든요.
(아, 메갈로돈도 있어요?) 잡아볼거예요!"
호스는 전화기가 되고,
상자는 자동차 운전석으로 변신합니다.
본격적으로 안전모까지 쓰고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으며 집을 짓는 아이들.
어른들 눈에는 버리는 재활용품이
세상에 하나뿐인 놀잇감이 됐습니다.
◀ INT ▶ 김연아/영양 입암초1
"박스도 만들 수가 있고 저희 엄마, 아빠는
옛날에 계속 계속 쓰레기라고 말하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경북도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놀이터'로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와 손을 잡고,
산불 피해지역 아동들에게
다시 '놀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안동과 영덕에 이어
이번에는 영양지역 아이들을 찾아왔습니다.
◀ INT ▶ 신승연/영양 입암초 교사
"그런 일을 또 겪을까 봐 불안해 하기도 하고 했는데 오늘 또 이렇게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즐겁게 자유롭게 놀이하는 모습 보고 하니까
많은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재난 속에서 숨 죽이던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다시 웃음을 터트립니다.
◀ INT ▶ 편해문/'찾아가는 놀이터' 기획자
"심리지원은 좀 조용히 한다면 저희들은 좀
왁자지껄하게 좀 놀면서 아이들이 즐거움,
기분이 좋은 그런 감정을 다시 회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북도는 호응에 힘 입어 오는 11월까지
30여 차례 특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산불 피해지역과 아동양육시설을 찾아
아이들에게 다시금 '놀 권리' 되찾아주고,
심리회복을 도울 계획입니다.
◀ INT ▶ 박정은/경북도 아이돌봄과장
"이외에도 인성감성 뮤지컬, 숲 캠핑, 문화예술
체험놀이도 추진 중에 있고 지난 산불 시에는
아이돌보미 우선 배정이라든지 K-보듬 6000
시설에 긴급돌봄을 우선 배정.."
재난의 그림자는 아이들에게도 남습니다.
놀이를 통한 회복은 물론,
일상 복귀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박재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