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넉 달 전이죠. 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를
겪었던 경북 산불 이재민들이 큰 수해를 입은
경남 산청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수재민들의 피해가 남일 같지 않다며
중장비를 이끌고 먼 길을 나서고 있습니다.
엄지원 기자
◀ 리포트 ▶
전봇대가 힘 없이 쓰러져 있고
사람 키만한 바윗돌이 나뒹굽니다.
떠밀려온 토사가 집을 관통해 벽이 사라졌고
흙은 퍼내도 퍼내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 SYNC ▶ "아, 여기 뻥 뚫고 들어와가지고
이렇게 지금 (피해가) 대단합니다. 펄이.."
삽과 굴착기로 진흙을 퍼내고
무너진 살림살이를 하나씩 건져 올리는 이들은
영양에서 온 산불 이재민들.
새벽녘 중장비를 싣고
250여 km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넉 달 전, 잿더미 속에서 받았던 도움의 손길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 전화 INT ▶ 김남수/산불 이재민(경북 영양)
"'급하게 나오셨겠구나. (우리처럼) 몸만 빠져
나오셨겠구나' 하고 현지로 가서 도와드려야
겠다. 우리가 받은 것도 있는데.."
재난을 겪은 이들이기에 서로에게만
건넬 수 있는 말과 위로가 있습니다.
◀ 전화 INT ▶ 김남수/산불 이재민(경북 영양)
"임시 가옥은 지낼만 하냐. 덥지는 않느냐 이런 걸 여러가지 물어보세요.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걸 자꾸 이야기하죠. 왜냐하면 트라우마 같은 게 있을 수 있으니까.."
영양을 시작으로
안동과 청송, 의성, 영덕 산불 이재민들도
잇따라 수해지역을 찾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급하고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산불 이재민들.
침수 현장에 물을 퍼내는 양수기부터
진흙을 걷어낼 세척기, 그리고 굴착기까지
모두 현장에 가장 시급한 장비들을 싣고
서둘러 산청으로 향합니다.
◀ INT ▶ 박주윤/산불 이재민(경북 청송)
"우리가 먼저 좀 아팠고 그 사람들 지금
아프니까 우리를 보고 힘을 좀 내고 잘
이겨내시라고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잊지 않은 이들이
또 다른 재난 앞에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MBC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배경탁·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