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조선시대, 삶이 궁핍했던 서민들이
스스로를 노비로 팔았다는 문서가 있습니다.
바로 '자매문기'라 불리는 계약서인데요.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 중인 자매문기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김경철 기자
◀ 리포트 ▶
누렇게 색이 바랜 고문서가
길게 펼쳐져 있습니다.
문서 곳곳엔 빨간 도장이 찍혀 있고,
손 모양을 따라 그린 그림도
그려져 있습니다.
조선시대 삶이 궁핍한 서민들이
자신을 노비로 팔기 위해 작성한 계약서,
'자매문기'입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지역 문중에서 기탁받은
자매문기 15점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2백여 년 전,
안동에 살던 '윤매'라는 인물은
아버지의 장례비가 없어
자신을 노비로 팔았습니다.
자신과 후손들이 대대로 노비가 되는 대신
받은 돈은 단돈 30냥,
오늘날 2백만 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 INT ▶구경아 / 한국국학진흥원 전임연구원
"계속된 흉년으로 살림이 궁핍해서
(윤매의 아버지가) 타지로 돈을 벌러
갔었는데,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에 아들(윤매)이 장례를 치르려고 하는데 돈이 없기 때문에..."
또 다른 문서에 등장하는 윤심이는
고령의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데,
생계를 해결할 길이 없자
자신을 아들과 함께 단돈 9냥에 파는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특히 글을 쓸 줄 몰라
자신의 손가락이나 손바닥 모양을 그려
서명을 대신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 INT ▶구경아 / 한국국학진흥원 전임연구원
"내가 정당한 사유로 판매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함께 증인도 서야 하고요. 관아에 공증을 받아야 하는 그 공증 문서가 또
필요합니다."
이런 자매문기는 특히 조선시대 후기에 많이 등장했습니다.
돈 있는 천민은 신분을 사고,
돈이 없는 양민은 도리어 노비로 전락하는
조선 후기 신분제의 단면이
자매문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INT ▶ 김미영 /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자매문기 주인공 중에는 양인들도 많아요.
근데 이 사람들이 천민 신분으로 하락한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노비가 된 셈이죠.
그만큼 살기가 힘들었다는 거죠."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번에 공개한 자매문기를 비롯해, 기탁 받은 문중 자료들을 번역해
자료집으로도 출간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