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추석을 앞두고 들녘마다
수확의 기쁨이 넘쳐야 할 시기인데요.
하지만 올봄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경북지역 산불 농가에는
공허함이 감돌고 있습니다.
엄지원 기자
◀ 리포트 ▶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검게 탄 산자락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여섯 달 전, 산불이 지나간 과수원은
사과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습니다.
30여 년을 일군 축구장 두 개 크기 과수원
콩밭으로 바뀌었습니다.
◀ INT ▶ 강병학 / 산불 이재민(의성)
"일년에 사과 3천 박스씩 나오던 거 안 나오면
애들하고 뭐 먹고 삽니까. 할 수 없이 나무
다 베어내고 콩 심어 놨지요."
부모님 묘지도 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새까맣던 묘소 위로 새 풀이 돋았지만,
추석을 앞둔 쓸쓸함은 감춰지지 않습니다.
이번 명절은 자녀들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 INT ▶ 강병학 / 산불 이재민(의성)
"추석 때는 애들 전부 오지 말라 그랬어요.
못해도 집이 있어서 앉을 데 있어야 되는데
임시주택 해봐야 조그마한데 5명 앉으면 못
앉는데 (오면) 어디 가나요?"
지난 3월, 경북 산불로 피해를 본 곳은
의성을 시작으로 안동, 청송, 영양, 영덕
경북 5개 시군.
다른 곳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전소돼 폐원한 사과 과수원은
온갖 잡풀로 무성히 뒤덮혀 있습니다.
가을 빈 들을 바라보는 농심은 타들어갑니다.
◀ INT ▶ 김우철 / 산불 이재민(안동)
"일단 수확되는 데 하나도 없으니까 경제적인 풍족함이라든지 기대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고,
경제적인 거 보다도 명절 다가오니까 마음
부분이 오히려 더 (힘듭니다.)"
◀ st-up ▶
"6개월 전 경북 초대형 산불로 불타 버려
보시는 것처럼 불모지가 된 사과 과수원만
3천3백여 헥타르. 전국 사과 재배지의 10%
가까이가 사라진 겁니다."
주택과 농경지, 농기계 보상과 성금 지급은
90% 이상 대부분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연내 산불 특별법 제정을 예고했습니다.
농가·임가 복구 추가 지원과 소득 공백 보전,
그리고 사각지대 보완이 핵심입니다.
특별법은 국회 소위를 막 통과했지만,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 등
법 제정과 실제 이재민에게 예산이 집행되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산불이 난 이후 봄에서 가을로,
두 계절이 지나 어느덧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이재민들은 여전히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MBC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원종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