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포항 영일만 앞바다 석유 시추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경제성이 없다고 최종 결론 나면서
시추 비용 1200억원이 수장됐습니다.
포항은 지열발전사업에 이어
실패한 국책사업에 연거푸 들러리를 섰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박성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6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느닷없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 INT ▶윤석열 대통령 (지난해 6월 3일)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됩니다."
매장량이 140억 배럴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내놨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곧이어 포항시청에
시추작업을 지원할 상호발전협력센터를
열었습니다.
◀ INT ▶김동섭 / 한국석유공사 사장 (지난해 9월 5일)
"만약에 (석유가) 생산이 된다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포항시 발전의 모습을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것도 이번 센터를 통해서..."
매장량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이
예산만 낭비할 경우 게이트급 비리로
비화될 우려가 있었는데도,
이강덕 시장은 포항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기회를 맞았다며
시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이철우 경북지사는 ‘에너지 투자펀드’
1000억원을 조성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포항시장 출마자로 거론되는
도의원들은 한 술 더 떴습니다.
박용선 의원은 IMF 금모으기 운동에 빗대
도민 펀드를 통한 자금 조달을 제안했고,
이칠구 의원은 무조건 국책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다그쳤습니다.
국회에서 민주당이 시추 예산을 삭감하자
국민의힘 포항 시·도의원들은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1천만 명 서명운동
돌입을 선언했고,
포항시의회는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경제성 없음'으로 결론나기까지 1년 3개월.
석유공사는 포항시청에 마련한 연락사무소를
슬그머니 폐쇄했습니다.
시추 반대를 정치 선동으로,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역적으로 몰아세우면서
이성적 비판은 가로막혔습니다.
◀ INT ▶박희정 /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대왕고래 사업은 여러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악용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앞장선 사람들은 반드시 포항시민과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장밋빛 청사진으로 시작한
지열발전사업 실패에서
포항은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 INT ▶양만재 / 포항지진 원인규명 활동가
"지역 정치인들이 중앙의 결정에 무조건 따라갈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열발전에서 일어난 지진 재난 사례를 염두에 두고 신중한 판단을 해서 행보를 해야.."
시추 과정에서 어장 피해를 입은
어민들은 하소연 할 곳이 없고,
촉발지진 소송 법정에선 정부도, 사업자도
책임을 부인하기에 급급합니다.
포항은 설익은 국책사업 실험장이 아니라고
시민 모두가 외쳐야 합니다.
MBC뉴스 박성아입니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