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올해 초 발생한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에서는 생계 기반 자체가 무너져
여러움이 큰 상황인데요.
피해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절실히 바라고 있습니다.
김서현 기자
◀ 리포트 ▶
지난 3월 25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과 청송을 거쳐 영양을 덮쳤을 때,
화염 속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대피시켰던
답곡2리 이장 이상학 씨.
9개월 만에 다시 찾은 마을은
불탄 집을 걷어낸 자리에 임시주택이 들어섰고,
뒷산은 벌채한 나무만 쌓여 민둥산이 됐습니다.
산불이 마을의 모습을 바꿔놓은 것처럼,
이 씨의 삶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 INT ▶이상학 /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산불 나고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요.
삶의 의욕을 많이 잃었죠."
집은 물론이고,
12년 동안 키워 온 버섯 재배 스마트팜도
순식간에 불 속에 녹아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피해 보상금은
기존에 투자했던 스마트팜 설비나
태양광 설치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습니다.
◀ INT ▶이상학 /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버섯재배사는 고작 20만 원인가? 평당. 재배사 안에 들여놓은 기계가 몇천만 원짜리도 있고. 피해 당시 조사 다 해서 갔는데 결국은 다 못 받죠."
[ CG ]
이 씨가 그동안 정부와 민간에서 받은
산불 지원금을 모두 합치면 약 1억 5천만 원.
하지만 이 돈에서 버섯 재배 스마트팜을
새로 짓는 데 8천만 원이 들었고,
창고 설치비가 2천800만 원,
농기계에 770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여기에 다달이 나가는 대출 이자와 보험료가
80만 원씩, 통신비 12만 원,
농장 전기세 15만 원,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150만 원까지..//
당장 생활이 급급해 새집을 짓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농촌이라도 단독주택을 새로 지으려면
최소 2억 원은 필요하지만,
대출받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 INT ▶이상학 /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이재민들 대출을 내준다 했는데 '기간이 끝났다' 그러고 '소진됐다' 그러고. 신용은 좋은데 담보가 없으니까"
[ CG ]
의성·안동·영덕 산불 피해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는 87%가
여전히 복구비가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주택 복구 계획이 있다고 밝힌
주민 161명 가운데 94%는 '비용 부족'이
가장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산불 이전과 비교해 소득 회복 수준이 10%에
못 미친다는 비율은 37%,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비율은
무려 70%에 달했습니다.//
◀ 전화INT ▶ 황정화 /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농민들이 상당히 빚이 많습니다. 특히 50,60대의 경우 생업에 대한 투자가 많은 상태에서 현재 산불로 인해 소득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중적 고통에 처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의 어떤 경제적 상황이 회복되지 못하면 지역사회의 경제적 여건도 많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요."
그럼에도 이 씨에겐 지난 여름부터 집 대신
다시 지어 올린 46제곱미터 규모
스마트 버섯재배사가 새로운 희망입니다.
스마트 버섯재배사가
젊은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도
소득을 낼 수 있는 길,
그리고 반복되는 기후재난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농사 지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 INT ▶이상학 /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제일 중요한 건 먹고 사는 거죠. 스마트팜. 작은 평수에 1년에 10모작, 12모작 할 수 있는 그런 스마트팜. 그런 걸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으면. 큰 밭도 없고 밭에 농사지어봐야 하늘에 맡겨야 하는데 스마트팜이란 게 내가 열심히 하면 그만큼 소득이 오르고 돈이 된다.."
이 씨를 비롯한 농민들은
소규모 스마트팜 같은
현실적인 재기 대안이 필요하다며
산불 지원 특별법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특별법이 일시적 지원을 넘어,
이런 소규모 농가들이 경제적 부담을 견디며
이상 기후의 불안정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미래형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영상취재 원종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