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지난해 발생한 경북 초대형 산불로
27명이 숨지고 막대한 산림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지만, 불을 낸 실화자들에게
내려진 1심 판결은 '집행유예'였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속에
실화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경철 기자
◀ 리포트 ▶
1년 전, 성묘객이 무심코 켠 라이터 불씨와
과수원에서 쓰레기를 태우던 농민의 안일함이 재앙의 시작이었습니다.
10만 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됐고
27명이 숨졌습니다.
하지만 1심 법원의 판단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였습니다.
재판부는 기상 상황 등 피고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이 겹쳤고,
인명 피해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꼽았습니다.
법리적 한계 속에 내려진 판결이지만,
피해 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 SYNC ▶ (지난 1월)
"<주민들한테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
◀ INT ▶ 김용배 / 경북 의성 산불 피해 주민 (지난 1월)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많은 재산이 피해를 입고 이랬는데, 다 이런 판결이 나온다면 그러면 불에 대한 경각심이 없을 거 아닙니까?"
가벼운 처벌이 경각심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현장의 단속은 한층 매서워지고 있습니다.
의성군은 올해 과태료 부과 건수를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렸습니다.
산림 인접지 소각 행위에 대해 1차 적발 시에도 예외 없이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드론을 투입해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는 등
예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INT ▶ 조나래 / 의성군 산림녹지과장
"불법소각에 대해서 무관용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총 33건, 그리고 산림
관련 법 외에도 환경폐기물 관련 법으로 해서 쓰레기 소각도 지금 24건이나..."
제도적으로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에 상정된 '산림재난방지법' 개정안은
산불 실화자에 대한 처벌을 최대 징역 5년까지 높이고, 산불로 사람이 사망할 경우
형량을 절반까지 더 높여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실화자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산불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의 책임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산불 피해 주민들은 초동 진화 실패 등에
책임을 묻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예정입니다.
◀ INT ▶ 김영곤 / 변호사
"(정부는) 산불 확산의 주된 원인이 기후라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민간 단체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후의 요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초동 진화 실패라든가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인해서 산불이 확산된
측면이 더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산불 발생 1년,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정한 처벌과 함께 재난 대응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원종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