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포트 ▶
조선시대부터 왕실에 공급할 소나무를
생산해 온 울진군 금강송면.
지난해 9월, 한 풍력발전 사업자가
이곳 광회리 일대에 발전기 14기를
세우겠다며 사업계획을 공고했습니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사업계획은 일간신문에 공고하고,
주민 의견은 이메일로 받는 방식인데,
실제 접수된 의견은 없었습니다.
신문 공고를 확인한 주민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 INT ▶ 안경철 / 울진군 금강송면
"정부에서 주민들을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하면 이 법을 제대로 만들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더욱 중대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주민들에게 설명한 풍력발전기 배치도와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배치도가
서로 달랐던 겁니다.
[ CG - 두 배치도 비교 ]
지난해 8월 주민설명회에서 공개된
풍력발전기 배치도입니다.
진조산 능선을 따라
쌍전1리에 8기, 광회2리에 6기가
들어서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정부에 제출된 사업계획서에는
14기 모두 광회리에 설치되는 것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발전기 수는 같지만
설치 예정 지역과 배치가 달라진 겁니다.
소음과 경관 훼손 등
영향을 받는 마을과 주민이 달라질 수 있는,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변경 사항입니다.//
그런데도 사업자는 앞서 열린
진조산 풍력 설명회 사진을
광회 풍력 사업의
주민 의견 수렴 증빙자료로 제출했습니다.
주민들은 변경된 배치도를
기후부가 울진군에 전달한
지난해 말에야 알게 됐습니다.
설명회가 열린 지 다섯 달이 지난 뒤였습니다.
서로 다른 사업의 설명회 자료를
제출한 경위를 물었지만,
사업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 투명 CG ]
전기사업법은 발전사업의 위치와 면적 등을
사전에 알리고 주민 의견 수렴을 요구하면서도,
사업계획이 변경됐을 경우
다시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 INT ▶ 용호준 /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2리
"누구를 대상으로 설명회 해야 되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몇 명을 사진 찍어야 되는지,
몇 퍼센트나 (주민 동의)해야 되는지,
(발전기와) 가까운 사람이 반대를 하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결국 주민 반대 속에
광회 1·2 풍력 사업은 취하됐습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빚어지는 갈등은
과거부터 수년 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업자를 상대로 함께 투쟁하던 주민은
길어지는 싸움에 서로 등을 지기도 합니다.
지난 2017년, 영양군 홍계리에서는
발전기 설치 위치와 영향,
보상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이 갈렸고,
결국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이웃 사이에는
깊은 골이 생겼습니다.
◀ INT ▶ 박충락 / 영양군 홍계리
"어느 날 갑자기 보니까 우리 마을의
(풍력 발전 반대) 대책위 위원들이
위원장부터 시작해서 거의 다가
회사 편에 들어갔더라고요. 지금
마을 공동체가 다 깨져 버렸죠."
형식적인 의견 수렴을 넘어,
주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