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풍력발전 등 발전 시설이 늘면서
전국 곳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확충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송전망 노선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한 규정이
현실에선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이도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반도체 공장 증설이 한창인 경기도.
지난해 경기도 한 곳에서만
1억 4천3백만 MWh의 전력이 소비됐습니다.
전국 전력 소비량의 무려 1/4이 넘습니다.
◀ st-up ▶
"제 뒤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보입니다.
바로 앞에는 반도체 공장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변전 설비가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수록 전력을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수도권 전력망 확충에 따른 부담이
200km 이상 떨어진 경북 북부 산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미 두 개 송전선로가 지나는
봉화군 분천4리.
[ CG ]
울진 한울 원전에서 영주까지 이어지는
초고압 345kV 송전선로와
봉화를 관통하는 고압 154kV 송전선에 이어,
영양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까지
추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 INT ▶김현희 / 봉화군 분천4리 주민
"'송전탑으로 쌓인 마을이 된다.'
제발 부디 이미 2개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들어오지 마라'고…"
전원개발촉진법은 고압 송전선로 설치에 앞서
반드시 주민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분천4리 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공사에 반대했지만 송전선로가 들어오는 걸
결국 막진 못했습니다. 왜일까?
◀ INT ▶김현희 / 봉화군 분천4리 주민
"영양의 이장님들 몇 분, 봉화군의 이장님들
몇 분… 그렇게 해가지고 회의 6~7번 투표로
해가지고 A안, B안, C안, 한전이 정해놓은
안을 가지고 그냥 두드리면 끝인 거예요."
[ CG ]
한전이 송전선 입지선정 위원회에 제출한
송전선로 후보를 보면,
봉화의 경우, 기본의 송전선로와 연결되는
분기점이 분천리로 고정돼 있었고,
영양군 역시 후보지 세 노선 모두 신암리를
관통하는 것으로 이미 결정돼 있었습니다.//
입지 선정 과정에 주민들 의견이
2/3 이상 반영되도록 해
제도만 놓고 보면 주민 동의 없는 사업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전기 사업자가 제시한
선택지 이외의 결정이 애초에
불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던 겁니다.
◀ INT ▶홍수만 / 영양군 수비면 신암리 이장
"A, B, C 안으로 가도 신암리를 다 거쳐
가야 해요. 저는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조건 나는 지중화시키고 이 신암 마을을
살려야 한다. 주민들이 원하고…"
산악지대를 지나는 고압 송전선로의 특성상
산사태 위험도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는
울진과 강릉의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500kV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날 예정입니다.
경기도 가평까지 총 연장만 약 230km로
국내 최장거리 송전선로 건설 사업입니다.
하지만 송전탑 예정 부지 곳곳이
가파른 산비탈로, 흙과 돌이 쓸려 내려간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INT ▶송동헌 / 봉화군 춘양면 애당2리 주민
"2008년도에 우리 애당2리에는 사람 4명이
죽었습니다. 산사태로… 그리고 지금 뒤에
보이는 102호 송전탑 자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서 계곡 하류에 있는 집이 유실된
곳인데 그곳에다 송전탑을…"
지역의 반대와 산사태 우려를 뒤로 하고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송전망 공사.
그렇다면 사업 효과는 어떨까?
[ CG ]한국전력거래소의 2022년
전력계통 운영실적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7개 주요 초고압
송전 구간의 설비용량은 45.9GW.
하지만 전기를 먼 거리까지 대량으로 보낼수록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져,
실제 보낼 수 있는 전력의 최대 한계는
12.9GW에 그쳤습니다.
설비 용량의 채 30%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인 겁니다.
◀ INT ▶임재민 /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전력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지역에
산업을 유치해서 그 지역이 (전력을)
소비할 수 있도록 그러면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니,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갈등도 줄어들 수 있고.."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망까지.
지역으로 몰리는 전력 생산의 부담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