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작성일
- 2002.02.08 15:09
- 등록자
- 안덕봉
- 조회수
- 1712
노동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위한 제 마음입니다.
늘 퇴근후 집에 가면 아버지는 혼자 계신답니다.. 몇년전 별거하신 엄마의 자
리를 혼자서 다 해내시는 억척스러운 나의 아버지가 오늘도 고장난 텔레비젼
을 고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27살 먹은 아들이 잠들기전에 내일 입을 와이셔츠를 다리면 내 곁에 살짝 와
서 주신 과자봉지..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저는 씨름을 한 운동선수였는데 그 시절 받은 상패는 늘 아버지 머리맡에 전시
되었있답니다..그런데 이번 생일날 아버지가 씨름 선수권 대회에서 땀흘리는
저의 모습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선물해주셨어요..테이프는 먼지가 뿌옇게
묻어있었는데 이제야 주셨습니다..
다음날 일찍 일을 마치고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갔는데 날이 많이 추워서인지
일하시다 모닥불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시고 계셨습니다..무슨 생각을 하시는
지 먼 발치를 바라만 보시는 아버지의 눈가에 주름이 많았다는걸 그제야 발견
했습니다..
비록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살림살이지만 아버지가 없다면 저희 두형제도 아
마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전 함께 찾아가 인사를 한 여자친구를 보고 아버지는 무척 좋아하셨습니
다..
세상에서 젤 많이 웃으시는 날이 그날이었답니다..
저는 아버지를 단한번도 부끄럽게 생각한적이 없는 든든하고 장한 아들이랍니
다..오늘도 추운날 모닥불에서 담배피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신청곡 조수미씨의 명성왕후를 보
내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