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 작성일
- 2002.08.28 17:24
- 등록자
- 김경희
- 조회수
- 1265
오늘같은 날은 글재주가 없는 제가 원망스럽기까지도 합니다.
지금 제 눈에 흐르는 눈물을 글로 옮길 수만 있다면
그래도 마음 한켠이 시원할거 같은데...
22년동안 제가 보고 겪은 내 아버지는 말 그대로
엄하고 무뚝뚝하고 권위적이 한국의 전형적인 아버지 였습니다.
이부자리 한번 정리하지 않으셨던
내 아버지가 지금 싱크대 앞에서
어색한 동작으로 설겆이를 하십니다.
그리고 음식쓰레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저한테 물어오셨습니다.
저는 아빠가 혼자 밥을 챙겨 드시구
설겆이를 하시는지도 모르고
제 방에서 볼륨을 크게 높여 음악을 들으며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저는 TV에서 교통체증사이에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던
119차를 저희 집앞에서 보았습니다.
2년전 유방암 수술의 후유증으로
원인도 모른채 가끔씩 심하게 앓으시던 엄마가
아빠의 부축을 받으며 응급실으로 달려가는 건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 엄마가 어제는 아빠의 손을 꼬옥 잡으시고
마치 사경을 헤메듯 정신을 잃으셔서 아빠가 119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2년전 유방암 수술을 집도하신 담당의가 계신 병원으로
옮기길 요구했습니다.
119에서 오신분이 "혈압이 높은데 지금 차가 많이 막히는데
가는 길에 잘 못되면 보호자가 책임지셔야 합니다."
라는 차가운 한마디만 던지시구 아빠의 답을 들으신 후엔
엄마는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원일을 알 수 없는 엄마의 통증에
링겔만을 맞은 채 병원으로부터 귀가조치를 받았습니다.
입원을 희망했지만 여분의 병실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를 모시고 집으로 와야만 했습니다.
엄마는 저녁에서야 겨우 조금의 죽을 뜨신후 잠을 청하셨습니다.
그런 엄마의 자리를 완전히 메꾸지는 못했겠지만
저 나름 대로 집안정리를 하고 짬을 내어
제 방에서 읽던 책을 마저 읽으러 들어와
아빠의 저녁을 설겆이를 하시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고
소리내 울고 싶었는데 저까지 소리내 울면
엄마가 또 다시 아플때 손잡아 줘야할 아빠까지 기운을
잃으실까 그럴 수도 없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엄마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장난도 치고
아빠랑 소리치며 싸울 수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청곡은 전승희아저씨 노래 한방의부르스
저희 엄마가 제일 좋아 하는 노래이거든요.
엄마가 사연과 노래를 듣고 힘 내게 도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