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음주기
- 작성일
- 2002.12.09 21:40
- 등록자
- 김희동
- 조회수
- 1196
안녕하세요.
먼저 대~한민국을 한번 외치고 시작해야 겠습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자 올 한해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떠오릅니다.
그 중에서도 지난 여름, 녹색의 지구를 작은 축구공으로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었던 월드컵의 감동이 되 살아나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그 덕을 톡톡히 본 사람이 다름 아닌 제 남편 일명 고주망태씨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께서 시키는 그 담배 심부름이 싫어서 절대 담배 피우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었답니다.
그래서 고르고 고른 남편이 담배는 절대 입에도 못 대고 담배 연기만 맡아도 연신 콜록대는 테리우스 빰치게 잘생긴 남자였답니다.
그런데, 담배 못 피우고 잘 생긴 것 도 예뻐 죽겠는데 술은 아예 담을 쌓고 사는 아주 착하고 건실한 남자였습니다. 가족들은 술, 담배 못한다고 쫌생이 같은 남자라고 놀렸지만 선 본지 3개월만에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신혼초기에는 땡서방이라는 자랑스런 별명처럼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오는 정말 천연기념물 같은 남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아이를 낳고 남편이 직장 부서가 바뀌면서 유적지 발굴 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밀폐된 사무실이 아닌 일터가 허허벌판으로 바뀌자 작업만 끝나면 동료들과 즉석 술판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워낙 술을 못 먹는 사람이라 많이 먹고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 날은 복날이라고 동료들이 개를 잡고 다리 밑에서 거하게 한판을 벌였던 모양이었습니다. 순진한 우리남편 소주에 막걸리에 짬뽕을 해서 마시고는 그래도 땡서방 체면을 지키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오다가 어느 다리 밑에서 자전거도 내 팽겨 놓고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해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경주 토박이인 남편을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가 알아보고는 집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시아버님, 시동생이 겨우 겨우 남편을 업고 지고해서 데리고 왔을 때는 정말 이 남자 내 남편 맞나 싶을 정도로 형편없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유적지 발굴 현장에서 일하지만 그래도 신라의 찬란한 문화유적을 연구하는 자랑스런 남편이라 생각하고 빳빳하게 칼 같이 바지 주름 세워 출근을 시켰는데 지금 돌아온 내 남편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습니다.
좋았습니다. 그래, 살다가 남자가 한번은 무너질 때 있겠지 했는데...
아, 이 남자 갈수록 도를 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지난 연말에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사무실 송연회 간다고 하는 걸 차 두고 가라고, 두고 가라고 그렇게 말렸건만, 새벽 2시가 넘어도 집에를 들어오지 않기에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 어딘데? 빨리 와요."
남편 우물쭈물 망설이더니
"당신, 엄마 아버지 모르게 역 파출소로 온나."
이 무슨 파출소?
반쯤 잠에 취해 내려오던 눈까풀이 위로 확 당겨져 올라가면서
"예? 어디라꼬예?"
평소에 쓰지 않던 경상도 사투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뭐라카노 ? 어디라꼬예?"
아, 그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한 달음에 역 파출소로 달려갔습니다.
나의 테리우스는 이번에도 구겨진 모습으로 파출소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고개를 힘없이 떨구고 있었습니다.
"여보~~"
힘없이 부르는 소리에 남편 얼굴을 드는데, 테리우스는 온데 간데 없고 술에 취해 퉁퉁 부은 얼굴이 탤런트 조형기 비슷한 얼굴이 되어 있었습니다.
남편과 비교 되게 빳빳하게 주름 세운 제복의 경찰관 아저씨가 신원보증인지 종이를 한 장 주면서 이름 적고 주민등록 번호를 적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관계란에 처라고 적고는 뻘건 인주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묻혀 쿡 찍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을 부축하고는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남편 음주 운전으로 백만원 벌금 물었습니다.
거~~ 한 송연회 였습니다.
그렇게 자중하는 것 같았는데, 구정을 며칠 앞두고 대문밖에 세워둔 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여보, 빨리 역전 파출소로 온나..."
남편의 힘없는 목소리.
아~~ 신은 정말 우리 남편을 버렸습니다.
우리 남편 무면허로 보기 좋게 걸렸습니다. 저 또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파출소로 달려갔습니다. 살다가 남편 사식까지 넣어 주게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약국에 들러 드링크 한박스를 사서 들고 파출소 문을 밀고 들어갔습니다. 한번 더 엄지손가락에 벌겋게 인주를 묻이고 "쿡 " 손도장 찍고 남편 데리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남편 무면허 운전으로 칠십만원 벌금 물었습니다.
구정이 지나고 양 같이 온순한 남편 천이백만원 주고 산지 2년 밖에 안된 차를 단돈 오백만원에 팔고 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술 끊는다고 각서를 쓰고는 자숙의 기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룩하고 그 기념으로 면허 취소 사면을 받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