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께 비는소원
- 작성일
- 2004.09.24 23:11
- 등록자
- 박현숙
- 조회수
- 498
올 추석에 는 날씨가 좋아 둥근보름달을 볼수잇다니
너무 반갑고 달님께 제 소원 한가지를 이루게 해달라고
빌고 싶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코딱가리 만한 18평 아파트로 처음 이사올때는 내집이아니여도 행복했습니다
주택에 살때는 주인이 한집에 기거를 하니 정말 서러운 셋방살이란 이런거구나
피눈물나게 실감했습니다
우리신랑은 이른 아침 눈뜨자마자 해결해야할 중대사를 늘상 주인 아저씨에게
내주어야 하는고충을 겪느라 변비에 걸렸는데
변비 걸린 이유가 오줌은 참으면 해가되도 떵을 참으면 득이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신빙성도 근거도 되지 않는 애기란걸 절감햇습니다
마당 한켠의 푸세식 화장실앞에선
참을인자 그한자는 참기힘든 현실 이였죠
이른 아침조간 신문들고 화장실에 들어 가신 주인 아저씨는
텔레비전에서 애국가가 울러퍼질 때 부터 떵냄새 푹푹나는
화장실에서 조간신문 일일이 돋보기쓰고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려가시느라
아침 종합뉴스가 다 끝날때가 되가도록 일어날 기미가 안보입니다
참다참다 지친 우리신랑은 다리를 안으로 꼬아 오무려 서
엉디를 뒤로 쑥빼고 얼굴빛깔은 잘익은 참외처럼 노랗습니다
여보 내 죽겠다 내좀 살리도가
어떻하냐 아저씨 좀 나오라고 노크 해봐라
그래도 안나오신다
아저씨 똑똑똑 제발좀나오세요 사람죽겄어요
에~~~햄 끄응 끄응
헛기침만 하셨고 나올기미는 절대 없었죠
하느수 없이 옆집 화 장실을 무단침입했야만 하였습니다
자질구레한 모든일을 제쳐두고 라도 생리현상인 배설의 욕구는
지때지때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서글퍼든 생활을 청산하고 아파트전세라도 주인이랑 살지 않으니
화장실은 오로지 독점할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린 거창하게 집들이를 시작했죠
토박이인 우리신랑은 친구도 많고 선후배도 많지요 그날 다 불렀죠
음식도 많이했고 너무 많이온 친구들과 일가친지 들은 18평 아파트가
미어터지기 직전이 될만큼 이여서 집안에선 신발도 벗어둘곳이 없어
아파트 현관앞 계단에 신발가게 진열대 만큼의 신발들이
안에들어온 신발보다밖에 내놓은 신발이 더욱 많앗죠
많은사람들을 해먹이느라 진땀을 쪽 빼고 말았는데 고래심줄같은
친구몇명은 늣은밤이 새벽으로 이어져도 갈생각도 안합니다
한 개도 도와주지 않는 신랑은
야 친구야 놀다가라 술 남았잖아 앉어 앉어라니까
엉덩이를 들썩이는 친구가 있을때마다 붙잡아 앉히고
여보 술은 있는데 안주 없다 안주 가온나
어 음식 많구만 술이 떨어졌뿐네
그건 다 먹어봤으니 안먹은거 갖고 와바라..
주문도 다양합니다
고래심줄같은 인내심을 자랑하는 친구들이 먼동이 터오려 할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고 전그옆에서 꼬박꼬박 졸면서
안주를 해주고 술이모자라면 술을 채워주면서 그질긴 친구와
더질긴 우리신랑을 보며
날을 꼴딱 세웠는데 그제사 슬며시 일어나는 고래심줄들은
새벽녘 현관앞에서 한참 밀고당기는 줄다리기를 하더니
더 이상 내얼굴 보기 민망했는지
재 ~ 수씨 죄쏭 함다 이만 물러 가겠심다
혹시 되돌아 다시 들어올까봐 현관문에 딱걸쳐 서서 연신 안녕히
안녕히를 외쳤죠
다음은 많은식구들이 먹고 어지런 뒤처리는 어찌할까요
우리신랑은 딱 한마디 하더군요
술상을한쪽으로 발로 쓱 밀면서
요기는 요대로 나뚜고 우리는 조기서 자자 꺼억
뜨악 너무하는군 집이 20평만 넘어도 그냥 자겠다
당신 눕고나면 나는 누울데도 없건만 흥
코딱까리만한 18평 아파트에 작은방엔 애들둘자고
그옆에 술취해서 일찍 뻗어버린 한친구 자리잡고누웠고 거실은 거실이라기보다
싱크대가 자리하고 있어 주방쪽 이 가까운데다 이불을 펼 형편은안되고
안방은 음식들을 차린 커다란 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걸 한쪽에다
밀어놓고 자자고 합니다
소사 소사 맙소사
대한민국 여자분들 그렇게 해놓고 잠이 오겄습니까
여보 미안하면 그냥 같이 치우면 되지 이래가 잠이오나
내는 잠이와서 자야하니까
당신도 치우지 말고 내일치와라 아니 벌써아침이니까
한숨자고 치와라
이남자를 어쩌야 하겟습니까 결국 숟가락 하나도 안치웠고
내 혼자 다 하고 3일 몸살 났지요
집들이 정말 무섭습니다
집들이는 아무나 쉽게 하는게 아닌가 봅니다
만약 우리가 내집을 갖게 된다면 또 집들이를 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