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에구 ...건망증
- 작성일
- 2004.10.07 14:39
- 등록자
- 전은숙
- 조회수
- 489
오늘은 우리 애 유치원 소풍가는 날이예요.
요즘들어 부쩍 는 저의 건망증 때문에
어제부터 일일이 마트에서 살 재료를 미리 적어선
간식, 음료수, 돗자리, 체육복, 운동화까지 깨끗이 빨아두고
당일 아침에만 일찍 일어나서 김밥을 싸면 되겠다 생각했지요.
먼저 마트에 들렀지요.
김밥에 들어갈 재료로 우리 애들은 햄을 안 좋아하니 빼고,
시금치 대신 오이를 사고,
빨간색이 들어가면 이쁠것 같아 당근도 사고
이거 빠지면 무슨 맛인가 단무지도 사고
계란은 집에 있으니 안 사도 되겠고,
한 가지 더 어묵도 넣어줘야겠구나 이것도 사자,
대충 이 정도면 충분히 맛있는 김밥이 되겠구나 싶어서
마음도 가배얍게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리고 혹시라도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아
씽크대 양념통을 뒤져보고 식초가 있나 확인도 했지요.
왜냐??
김밥을 싸려면 식초와 소금으로 간을 해야 쉬이 변하지도 않고 새콤하니 맛있으니깐요.
그러고도 안심이 안 되어 자기전에 한 번 더 재료를 확인하고
쌀을 씻어 미리 예약버튼까지 눌러서 밥통에 앉혀두고
자명종에 핸드폰 알람까지 맞춰서 잤지요.
드디어 오늘 아침 아직 애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미리 일어나 김밥을 쌀 준비를 했지요.
먼저 물통에 물을 담아두고
미리 예약해둔 밥은 이미 고슬고슬 다 되어서 넓은 그릇에 퍼서 김을 빼고 식초와 참기름 소금으로 간을 해 두었죠.
그리고 오이는 잘 씻어 소금간해서 물기를 짜 두고,
당근도 채썰어 볶아 두고,
어묵도 간장으로 살짝 볶아 색을 내 두고,
계란도 넓게 펴서 도톰하게 부쳐두고,
단무지도 잘 씻어 물기를 빼 두었죠.
이제 김밥을 싸기만 하면 될 것 같아
상을 펴고 신문지를 깔고선 발을 펴고
그 위에 재료들을 넣어 싸려고 하는데
아뿔싸!!!
암만 눈 씻고 찾아봐도 김이 없는 거예요.
아니 우찌 이런 일이!!!
전날, 이번엔 실수없이 잘 챙기리란 의욕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요?
다른 재료 몇 번씩 재차 확인하면서 너무 신경을 썼던 탓인지 그만 김을 산다는 걸 깜빡 잊었던 거지 뭐예요.
어쩝니까?
저도 너무 속이 상해서 제 건망증 탓만 해댔지만 그런다고 해결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히 가서 다시 김을 사 갖고 오기엔 시간이 너무 급박해서
할 수 없이 애써 준비해둔 재료를 그대로 둔 채
양파, 감자, 계란을 다시 볶아 급히 볶음밥을 만들었지요.
엊저녁에 내일은 소풍때 김밥을 싸서 갖고 갈 수 있으리란 기대에 부풀어있던 애가
제가 내민 볶음밥을 보더니 그만 울상이 되어,
"엄마, 나도 제발 소풍때 김밥 좀 싸 주세요."
이러는 거예요.
실은 지난번 봄소풍 때도 밥 예약시간을 잘못 맞추는 바람에 빵 사 줘서 보내야 했거든요.
저, 너무 한심하죠?
주부 내공은 아무나 쌓는게 아닌가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