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이야기
- 작성일
- 2004.10.15 01:02
- 등록자
- 권영혜
- 조회수
- 499
지난여름 우리 가족은 복닥거리는 이도시를 떠나 산좋고 물맑아
전기 마저 없는 깊은 산속으로 사람 발길이 없는곳으로 갔더랍니다
저녁엔 너무 조용해 풀벌레소리
산새소리만 들리고 전기 없어 주위엔 불빛이라곤 랜턴하나 뿐이고
휴대전화 마저 먹통이니 전화 벨소리도 울릴일 없고
그야말로 적막 강산 이였고
이른 저녁을 해먹고 텐트속에 누우니 우리서로 나누는 말소리 마저
울려 무섭게 들렸죠
서로 무섭다는 말을 하지 못한채 첫날밤을 보냈더랍니다
둘째날 아침엔 너무 좋았죠 저녁엔 공포일지언정 아침엔 천국과
다름 없었죠
이슬내린 싸아한 아침공기는 우리의 심장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
같았고 푸른 잎사귀에 눈이 시리는 듯 했답니다
깨끗하고 얼음같은 계곡물에 세수를 한 내얼굴은
뽀득뽀득 소리로 투명하게 해주었죠 돌무더기를
들쳐 가재 잡는다고 반나절이나 물속에서 보내고
점심을 먹자고 삼겹살을 굽고 밑반찬을 챙겨 놓는데
다리 사리로 개구리 한 마리가 폴작 폴작 뛰어갑니다
에이 웬 개구리가 밥상에 뛰어드는거야
하며 삼겹살을 뒤집는 순간
여보 가만있어
왜
뱀이다 !!!!!
뭐 뱀 악 아아 어디
벌써 지나갔다
뱀이 개구리 잡을려고 개구리지나간 내다리 사이로 지나갔답니다
너무 무서워 벌벌 떨고있는 나한테
신랑은 한마디 했죠
사람이 시원잖은지 뱀이 무서워 하지않네
우린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며
여보! 뱀이나와서 우리애들 물기라도 하면 어쩌냐
우린텐트를 접지도 않은채 머리에 이고 더 아래로 사람이
있는곳 까지 내려갔더랍니다
이쪽 나무와 저쪽나무가 얽혀 따가운 햇빛도 들지않고
넓고 평평한 예쁜 계곡엔
지상의 천국 같은 애들의 놀이터가 되었죠
하루종일 물속에서 놀고 아예 돌몇개 가져다 놓고
물속에 식탁을차려 멋진 저녁 식사를 했었고
둥근 보름달이 나무들 사이로 내비칠 때
모닥물피워 주위에 둘레둘레 모여 앉아 불속엔 된장찌개 용
감자를 묻어 놓고 익기를 기다리면서
모닥불피워 놓고 마주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하여
노래도 했었고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에 율동까지 하는 애들재롱에
둥근 달이 기우는줄도 몰랐더랍니다
미리 텐트주위에 담배 가루를 뿌려두었기에 안심하고
텐트에 들어가 깊은 잠을 청했던 그때 그 그림같은
가족 여행이 생각나네요
이가을 단풍이 굽이굽이
물결치고 파란하늘이 살아숨쉬는 이때
알콩달콩 다시 떠나 봤어면 참 좋겠네요
연일에서 권영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