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을 훔쳐먹었던 추억
- 작성일
- 2004.10.27 17:35
- 등록자
- 허혜숙
- 조회수
- 525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웃음을 선사해주시는 박용수,유은정씨!
안녕하세요?
지금으로부터 약 30 여년 전 몸이 약한 동생에게 주던 꿀을 훔쳐 먹었던 일을 고백 하고져 이 글을 올립니다.
초등학교 때의 어느 여름날 어머니께서 뒷밭에 있던 옥수수를 한 솥 삶아 넓은 멍석 한 가운데 가져다 놓자마자 6남매가 우르르 몰려 옥수수를 순식간에 다 뜯어 먹고도 남은 국물까지 쪽쪽 빨며 그새 누가 몰래 혼자 먹으려고 감춰 놓은 것 없나 하고 멍석위에 동생들을 둘러보았는데 그 사이에 막내 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누나들이 서로 옥수수를 1개라도 더 먹으려고 머리를 서로 맞대고 있을 때 막내가 없어진 것 같다
어 이상하다. 이 녀석이 금방 어디갔지? 그러고 보니 어머니도 보이질 않았다
언니는 언제 가져다 놓았는지 담 밑에 놓아두었던 공기 돌로 공기를 하자고 했다
동생 둘은 서로 욕심 없이 재미있게 놀고 언니와 난 서로 먼저 하겠다고 신경전 끝에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언니가 먼저 이겨서 공기 돌을 많이 가져 간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언니는 계속 떨어뜨리지 않고 잘도 한다
난 심술이나 공기 돌을 언니 몰래 무릎 밑에 따다 놓은 공기돌무더기에 몰래 한 개씩 가져놓다가 언니에게 들켰다.
언니는 반칙이라며 따다놓은 공기 돌을 흩트리며 안한다고 나간다.
난 제대로 실력발휘도 못해본 것이 더 속상해서 내가 먼저 울어버렸다.
내 울음소리에 뒷켠에 계셨던 어머니께서 싸리 빗자루를 휘두르시며 이 지지배들 또 싸우지 하시며 쭈구려 울고 있던 내 등을 툭툭 때리셨다.
앉아있다간 맞아 죽을 것 같아 얼른 일어나 장독 뒤로 피해버렸다.
그런데 이게 뭣인가?
남동생이 그 곳에서 작은 밥공기 에다가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게 아닌가.
야~ 이게 뭐니 응~ 입속에 무엇인가 물고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눈물만 글썽이며 쳐다보기만 했다.
얼른 삼키라는 말에 그냥 뱉어 버린다.
숨어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내 눈은 동생이 들고 있는 밥공기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진한 액체 같은데 생전 처음 보는 것이라 뭔지 몰라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입에대어 보니 이렇게 달콤할 수가...
평소 조금만 이상한 음식이라면 숱 가락이 가지 않던 녀석이라 이것도 먹지 못해 엄마한테 혼이 날까 어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입속엔 침이 꼴깍꼴깍 ...
동생이 들고 있는 것에 시선이 고정되었습니다.
야~ 이거 내가 한번 먹어도 되니?
동생은 말 없이 내민다.
이번엔 손가락이 아닌 숱 가락으로 가득 떠서 입으로 쏘옥~ 껌도 아니고 젤리도 아닌 것이 이렇게 달콤하고 맛있는데 쟤는 왜 못 먹는 것일까?
정말 이상한 녀석이야.
동생 덕에 맛있는 걸 먹은 나는 동생이 훌쩍거리며 흘린 콧물을 손으로 스윽 닦아주는데 어머니가 오셨다.
어머니는 야단치시던 것은 잊어버렸었는지 아니면 동생 먹이던 것이 더 궁금하셨는지 그릇부터 보시더니 동생에게 니가 이거 다 먹었나? 하셨다.
나는 내가 먹은 것이 들통 나면 또 혼이 날 것 같아
머뭇거리는 동생을 대신해 “내가 억지로 다 먹도록 했어 엄마 내 잘했지”..
하면서 거짓말을 했다
우리를 혼내던 엄마의 얼굴은 동생이 다 먹었다는 말에 금방 밝아지셨다
그런데 그게 뭔데 동생만 주는 건데 라고 시치미를 뚝 떼면서 이야기를 하니 엄마는 약이라면서 얼버무리신다.
원래 몸이 약한 동생을 위해 이것저것 좋은 것 해 주시고 우리 다섯 딸들에겐 해주시지 않던 엄마가 미웠지만 오늘은 그저 고맙기만 하였다.
동생 덕에 맛있는 것을 내가 먹을 수 있었고 혼나던 것도 없었던 걸로 되어버리고..
난 멍석위에 앉아 아까 먹고 난 옥수수로 인형놀이를 하려고 옥수수 껍질을 잘게 찢어 머리처럼 곱게 땋아 노는데 아까 먹었던 것이 자꾸 생각이 났다.
이럴 때 왜 난 아프지도 않은 걸까
혹시 나도 아파서 누워있으면 엄마가 남동생처럼 맛있는 것을 해 줄 텐데...
유난히도 여섯 남매 중에 아버지를 닮았는지 건강하고 튼튼했던 나
어쩌다 장독 뒤에서 먹었던 그것은 운이 좋아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양이 차지 않은 나는 결심을 했다
학교 안가는 날 엄마가 그것을 어디에 두는지 알아내기로 하고 아침부터 엄마를 감시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엄마는 남동생을 부엌으로 부르신다.
야~또 그것을 주려고 하시는가보다
누나들과 재미있게 놀던 동생은 몇 번을 불렀지만 못들은 체 한다.
그러자 엄마는 동생을 데리러 방으로 들어가셨다.
동생을 부엌으로 데리고 들어가신 엄마는 분명 찬장 위쪽에서 무엇인가 꺼 내셨다
그래 저곳이야.
저녁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엄마는 집에 계속 계셨다
제기랄 심부름을 해도 동생들과 술래잡기를 해도 내 마음은 온통 부엌에 가있었다
드디어 어머니가 아침에 뜯었던 이불을 꿰 메기위해 방에 들어가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