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아, 내 남편아
- 작성일
- 2001.01.09 15:41
- 등록자
- 지원맘
- 조회수
- 1035
이렇게 편지쓰는것 너무 오랜만이다.
언젠가 즐거운 오후 2시의 편지내용들이 너무 괜찮다며 한번 들어보라던 선배의 얘기를 그저 귓전으로 흘러 버리고 말았지. 그러다가 어제 다시 그 얘기를 하길래 나에게서 어떤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아 편지를 써.
조금은 쑥쓰럽기는 하지만 이참에 내 맘속 얘기를 해 볼까해
연애기간부터 아기를 낳기까지 우리 둘만의 시간이였던 때가 한 9년은 돼었었다 그치?
둘다 학교때부터 지금까지 피부치없는 객지로만 살아왔으니 서로 측은지심으로 살자며 아껴주었었는데...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는 나대로 아기에게 매달려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일년을 넘겼고 선배는 선배대로 바쁜회사일로 곧잘 짜증을 부렸잖아.
지금 아기에게 드는 힘이 어느정도 덜 들고 그래서 우리 둘을 돌아보니 글쎄 가운데 아기하나만 덩그마니 있는거야
서로 아기는 사랑하고 있다고는 얘기하는데 정작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냉정해져 있다는 것이야.
서로의 잘못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두고볼수 없다며 서로 악을 썼지.
애 하나놓고 많이들 싸운다고 주위에서는 말하지만 나는 결코 그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아.
그리고 우리싸우는 이유가 큰 이유도 아니고 정말 사소한 일이라는 것이 너무 신경이 쓰여. 왜냐하면 그런 작은일에도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이,이해해주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이잖아.
새해들어 나도 그렇고 선배도 그렇고 아기에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정말 우리 둘의 마음을 서로 가꾸어 주며 살기를 바래. 먼저 우리가 편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기를 진정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요즘은 서로에게 충실하려고 하는 것이 느껴져. 그래서 너무너무 살맛 나.
중요한것은 가정이야. 이 나라가, 아니 이 세계가 아무리 풍요롭고 평화스럽다해도 우리 가정이 불행하면 이 나라가 이세계가 불행한 것이 아니겠어?
우리 지난 9년동안 서로에게 베풀었던 '불쌍한'마음들이 난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영원할 거라고 믿어.
내 남편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