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삶을 꿈꾸는 나
- 작성일
- 2001.02.01 02:23
- 등록자
- 그냥 이름은 안
- 조회수
- 860
제가 이름을 밝히지 않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지요.
그만한 이유라? 무슨 이유인지 궁금하시죠. 사실 저 결혼도 안한 주부이지요. 주부라는 호칭을 쓰기가 좀 민망스럽네요.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그대로 살고 있으니까요. 하여튼 그렇고요. 이건 비밀인데요.
제 이름은 류용희라고 해요.
부모를 속이고 함께 생활을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어떻게 아이를 가지게 되었지요. 처음엔 애를 떼려고도 했으나 겁이 나더군요. 이것도 하늘이 주신 기회인데 하는 생각도 들구요. 사실 저의 집 엄마가 아이를 잘 갖지 못해 어렵게 저를 낳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러면 어쩌나 겁이 났지요. 그래서 낳기로 했는데 그게 글쎄 기형아 검사를 했는데 좀 이상이 있다는 것이였어요. 이럴수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말이죠. 사실 아이를 갖고 무척 잘 해주는 오빠를 보면서 꼭 낳을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무심한 일이 벌어진 거예요.
그 검사를 받고도 한참을 울었고 또 양수검사를 한 번 받아보라는 의사의 얘기에 그 검사비가 없어서도 한참을 울었지요. 부모를 속인 죄라 어디 부모님께 말할 수 있는 입장도 못되고 해서 무척 괴로웠지요.
그러던 찰라에 오빠의 형인 저에겐 시아주버니되시는 분이 그 돈을 빌려 주신 거예요. 너무 고맙더군요.
그래서 검사를 받았는데 받으러 갈 적엔 몰랐는데 받고 나서 얼마나 아프던지 그때도 울었지만 양수검사를 받고 나서 결과가 늦게 나오기 때문에 만약 기형아라는 답이 나온다면 아이를 떼는데는 신중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였어요. 아이를 뗄 수 있는 기간이 27주까지인데 제가 검사를 받으러 간 시기는 20주라 검사결과가 나오는 시기까지 계산을 하면 무서운 시기이니 잘 판단하라는 것이였어요. 그래서 한참을 울었지요. 내가 왜 하필 돈 없는 이 오빠를 택해서 이런 고생을 하나?하는 원망을 제 나름대로 많이 하고 또 오빠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고 또 울었죠. 제가 그러면 그럴수록 오빤 오빠대로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죠. 그랬어요. 그랬던 나인데,얼마전에는 집이란 곳을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왜냐구요? 제가 처음에 밝혔듯이 결혼 안 하고 애를 가져서이지요. 설이라 친척들이 모이는 관계로 안갈 수도 없는 입장이라 갔는데 여기저기서 수근거리고 하더군요. '제 임신한 거 아냐?'라구요.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정말 많이 울었죠. 남들이 안보이는 장소에서 말이죠.
지금의 이 아이가 태어나면 지금의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그래도 되겠지요.
비록 잘 한건 아니지만 그만큼 너의 아빠를 사랑하고 좋아했다고요. 그러니 넌 네가 하고 싶은대로 모든 걸 다 해라구 말이죠.
솔직히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인생에 있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는 없다고요. 그래요. 다 할 수는 없지요. 그러기에 엄마께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이 오빠, 엄마께도 잘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저, 그 말 진심으로 믿고 있구요.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인생은 한번 왔다가 한번 가고 마는 것이니 해 보고 싶은 건 다 해 봐라구요. 그래요, 저 그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더군요. 이제까진 정말 해 보고 싶은대로 한 번도 살지 못했거든요. 그저 물 흐르듯이 그냥저냥 되는대로 살았지요. 그러나 이젠 그러고 싶지가 않네요.
한번 왔다가 가고 마는 인생인데 즐겁게 살다가 가야되지 않겠어요.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 사랑하거든요. 제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만큼 말예요. 이런 사랑을 느낀 거 처음이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다 주고 싶네요. 내가 가진 거 모두다 말이죠.
검사결과 잘 나왔으면 하네요. 정말 그래서 이 아이 꼭 낳아서 잘 기르고 싶거든요.
언니도 저희와 함께 기도 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저흰 간절히 바라고 있거든요.
끝으로 신청곡을 뛰웁니다.
누구의 노래인지는 모르는데(다 줄꺼야...) 라는 곡을 뛰웁니다.
안녕히 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