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번 최석곤아저씨 넘~ 감사해요
- 작성일
- 2001.02.05 22:01
- 등록자
- 김현주
- 조회수
- 844
며칠전 일입니다. 아기와 제가 오랜 감기로 한달여간을 병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하도 낫지 않아 결국 시내 병원으로 옮겨 다닌지 이틀째.
첫날은 신랑이 태워줘서 편히 왔지만, 둘째날인 그날은 집에 오늘 길은 혼자 와야 했지요. 시내 살다가 문덕으로 이사온지 몇개월밖에 되지 않은데다 몇번 시내에서 택시를 타봤는데 택시비가 장난이 아니라 큰 맘먹고 첨으로 아기랑 버스를 타기로 결심했죠
문덕이 종점이라 가는 차는 많았지만, 왠일인지 그날따라 160번을 타야겠다는 생각이...(전,160번이 좌석버스인줄 알았거든요)
죽도시장앞 아기옷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둘러보고 있는데 창너머로 160번이 오는게 보이더군요
얼른 나가 마지막으로 올랐는데 차가... 좌석이 아닌건 뒤로 하고 왜 있잖아요. 일반버스중에서도 좀 오래된...그런 낡은 버스가 하필....
내리기도 뭣하구 그냥 올라타고 뒷문 바로앞 의자에 아기랑 앉아서 세상밖을 열심히 설명해 주면서 갔어요
거기까진 아주 순탄하고 평범한 귀로였어요
공단을 지나 송동이란데로 가더군요 슬쩍 뒷문에 붙어있는 행선지코스를 보니 송동이 있긴있데요 그래서 좀 더 가면 되겠지 했지요... 물론 우리 아기는 쿨~쿨
단잠에 빠져있었구요.
근데 가도가도 논둑길밖에 나오질 않는 거예요
왜 이렇게 멀지 멀지하면서도 종점이니까 하면서 미련시리 앉아 있었지요. 근데 차가 갑자기 유턴을 하더니 타고 있던 몇안되던 할머니 손님들이 내리면서 뒷문앞에 앉아있는 저를 힐껏힐껏 보더니 마지막에 내리시는 할머니 한분이
"이 새댁 차를 잘못 탔나보네.."하시는 거예요
모두들 다 내려버리자 난감했어요
안고 있는 아기 깰세라 얼른 운전기사 아저씨 뒷자리로 가서 "아저씨, 이차 문덕 안 가요" 했더니
백미러로 한번 씩~ 보더니 웃으시면서 앞에 팻말 못봤나는 거예요. 거 왜 있잖아요 촌차앞에 보면 어디어디하면서 글씨 크게 붙여놓은 팻말....
"홍계" 라고 분명한 글씨로 붙어 있는거예요
하는수 없이 제일 가까운 쪽에 가면 세워달라고 하니
아저씬 그냥 웃으시기만 하시지 뭐예요
속으로 하필 컨디션도 안좋은데 일이 꼬일려니 이러쿵,저러쿵하면서 내심 속상해 있는데 아저씨께서
문덕에서 내리면 되냐고 하시대요 그렇다니깐 어디어디 아파트 사냐구..깜짝 놀라 어떻게 아시냐구..그 아파트 사시냐구 했더니 아저씨께서 그제서야 이차는 하루 한번 오후4시10분에 160번이라도 "홍계"라는 곳에 가는 차라는 거예요...어이쿠~
해서 그 작은 마을 사람들 거진 다 아는데 낯선 아기엄마 하나 탔으니 첨부터 제가 잘못탄걸 아셨다네요
보아하니 집에 가는 길이구, 앉겨있는 아기는 잘 자고 해서 아저씨께서 구경하라고 그냥 계셨다는 거예요
문덕도 종점이라 왠만해선 승객들 다 아는데 제가 사는 아파트가 신축이라 새로운 사람들은 다 그아파트 사람인것두 아시구...
암튼 친절한 그 아저씨 덕분에 홍계 설명도 잘 듣고
좋은 드라이브코스 정보도 얻고, 700원짜리 너무 좋은 관광이라시며 담에 한가할때 또 타라고 하시면서
불안했던 제 마음을 잘 다독거려주시며 기분좋게 문덕종점까지 완전 대절버스로 편히 왔답니다.
제 느낌인데 일부러 문덕에 오시는 거 같기도 했고...
(송동에서 시내가는 차 아니라며 손님 안 태웠거든요)
160번 최석곤아저씨! 지금 듣고 계실까요?
듣고 계시다면 그날 너무너무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어요. 몸도 안 좋았는데 아저씨 덕분에 정말 편히 잘 왔답니다. 아저씨같은 친절한 기사분이 계신다는게...
이 세상이 아직도 살만 하구나 싶어요
아저씨! 정말 정말 감사했어요.. 건강하세요
담에 일부러 700원짜리 관광하러 갈께요..
--문덕에서 제의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