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고생하는 동생에게
- 작성일
- 2001.02.27 17:48
- 등록자
- 김정현
- 조회수
- 763
저에게는 일곱살 아래의 남동생이 있습니다.
우리집 막둥이죠.
제가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 막내동생이 태어났는데,
부모님께서도 늦게본 동생이라 많이 기뻐하셨고,
제가 보기에도 갓난아기인 제 동생이 신기해
학교마치자 마자 바로 집으로 달려와 동생을 들여다
보곤 했었어요.
어릴적 동생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춰 우리식구
들을 즐겁게 해 주었지요. 그야말로 우리집 스타였어요. 그 동생이 초등학교3학년 되던 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러니까 동생은 너무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윈거죠.
그후 어머니가 일나가시면서, 제가 동생을
돌봐야 했었는데, 동생은 누나인 저의 말을 잘 따라
주었고, 사춘기적 한때 방황한적도 있었지만, 나쁜길
로 빠지지 않고, 별탈없이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동생이 군입대할땐, 어머니가 많이 섭섭해하셨고,
걱정도 했지만, 털털한 성격의 동생은 군생활에도 잘
적응하더라구요.
작년12월, 동생이 제대를 얼마 앞두고 제대하면
서울가서 일하겠다는 것이었어요.
설마했는데, 정말 동생은, 제대하더니 겨우 일주일
집에 있다가 바로 서울로 떠났어요.
그래서 지금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8시까지 별로 쉴 시간도 없이
일한다고 하더군요. 그 동생을 생각하면, 대견하기도
하면서 무척 애처롭습니다.
물설고 낯선 곳에서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 잠자리는
편한지 늘 마음이 쓰입니다.
동생이 서울로 간후로, 일기예보를 들을때도 포항보다는
서울날씨에 더 관심이 가요. 올 겨울 서울엔 유난히
눈도 많이 왔고, 영하10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도 많
았는데, 혼자있는 동생이 얼마나 힘들었을 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동생은 저보고 걱정말래요.
젊을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며 저를 도리어 위로하죠.
어릴적부터 자립심강하고, 자기가 맡은일은 열심히
잘해오던 동생이라 젊을때의 고생을 발판으로 삼아
훗날 환하게 웃을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으면서,
동생이 희망과 용기를 잃지않고,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는 맘으로
이 글을 띄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