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에서 신부에게로
- 작성일
- 2001.03.14 09:25
- 등록자
- 김상원
- 조회수
- 828
[병원에서 3교대하는 누나가 들을수 있게 목요일(15일)에 방송부탁드립니다.]
두달전, 어머니께 들은 누나의 결혼 소식(3/18)은 잔잔한 저의 일상에 있어 일종의 파문과도 같았죠.
'언젠간 하겠지'하고 무심하게 지냈었는데, 막상 날짜가 정해지니까.....
친구들 결혼소식을 듣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드디어 가는구나'.-_-
포항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었지만, 지금은 각자 일들 때문에 식구들이 흩어져삽니다.
저는 학업관계로 원주에, 식구들은 서울에, 누난 직장일로 포항에.
그러다 보니 식구들이 한 상에서 밥먹는 날이 일년에 2-3일 남짓이죠.
그래도 별로 아쉽다는 생각을 못하고 지냈었는데...
얼마전 집에 들렀을때, 문득 앨범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는 손도 안대던 것이었는데, 한 장, 두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덧
열권을 넘어서고 있더라구요.
외할머니의 빛바랜 결혼사진과 엄마의 유년시절의 사진들.
그리고 엄마의 결혼식때 사진과 우리 3남매의 어릴적 사진.
얼마뒤면, 이 앨범엔 누나의 결혼식 사진과 조카들의 사진이 실리겠죠?
아내란...
결혼을 하게되면 남편이 잘해준다해도 아내로서 겪어야할 힘든 일들이 많을텐데...
엄마도 외할머니께서 힘든 시집살이에 남몰래 우시는걸 보셨다고 하셨었고,
저도 엄마의 그런 눈물을 여러번 보아야했습니다..
여자들이 결혼전엔 '난 엄마같이 살지않을거야'하면서도 살아가며
그런 모습을 닮아간다는 현실이...
누나만은 예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눈물보다는 웃음으로 가득한 그런 결혼생활이 되었으면...
예전에...
부모님께서 결혼하신지 얼마되지않아 , 사돈댁을 방문하셨던 외조부께서
남몰래 돌담뒤에서 눈물 흘리시던 모습을 보셨다는 아버지의 말씀...
이젠 당신께서 그때의 외조부님의 자리에 서 계십니다.
오늘따라... 자꾸... 눈물이 나는군요.
누나... 잘살아.
p.s.
맏딸을 시집보내시는 부모님께 모처럼만에 두 분만을 위한 휴식을 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