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작성일
- 2001.04.12 00:26
- 등록자
- 김지현
- 조회수
- 828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를 불러보면 가슴 한 쪽이 쏴∼해 옵니다.
작년봄. 이맘때쯤인가요.
송홧가루가 노오랗게 날리던 날.
아카시아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공동묘지 양지바른 곳에 어머니를 모셔놓고 내려올 때
이 딸의 가슴한켠에 또하나의 어머니 무덤이 내려앉았습니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도 못했습니다.
이 세상에 와서 한만 남기고 떠나신 어머니
유복한 외갓집의 외동딸로, 그러나 온전하지 못한
육신 때문에 평생을 가난 속에 허덕이는 집안의
맏며느리로 우리 사형제의 어머니로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고생만, 하시다 떠나신 어머니
아버지 또한 어머니와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계셨기에
사시면서 힘들었던 고비고비 이루 헤아릴 수 없었지요.
어버이날이 또 다가오는군요.
이제는 꽃 한 송이 달아드릴 부모님의 가슴이 없다는 게
그리고 살아생전 어머니께 다정하게 굴지 못한 것이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우리 사남매를 키우실 때
당신은 주린 배를 우물물을 바가지로 들이키고
그 불편한 수족으로 들로 산으로 다니면서
쑥이랑 냉이, 산나물, 고사리를 뜯어다.
연필사고 공책사서 학교에 보내 섰지요
철이 없던 나는 그런 어머니가 너무 창피해서
친구들 한번 집에 데려오지 않았어요.
담임 선생님의 가정 방문이 있는 날이면
뒤뜰에 숨어 선생님이 가실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곤 했습니다.
어눌한 어머니의 목소리로 우리 딸 잘 부탁
한다는 말을 잊지 않으시고
당부에 당부 말씀을 드리시곤 했지요.
어머니 계신곳은 따뜻한 가요.
항상 추워 보이던 우리 엄마 춥지 않게 사시사철
햇살이 가득한 봄만 있었음 좋겠습니다.
돌보는 이 없는
시골집에 덩그렇게 남겨진
손때 묻은 어머니의 세간을
이번 기일에는 정리를 할까 해요.
괜찮으시겠죠 엄마.
우리 사남매 어렵게 어렵게 키워
효도 한번 받아 보지 못하시고 서둘러 떠나가신 어머니가
야속해 이 딸의 눈은 늘 젖어 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사시면서 남한테
피해주지않고 내색도 않으시고
속으로만 삭이시더니 떠나실 때도
꼭다문 입술 한번 때지 않으시더니......
어머니계신 그곳에는 마음이 따뜻한
어머니 같으신 친구들과 이승에서 담아가신
어머니 가슴속의 말들을 나누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어머니 볕이 참 따뜻합니다.
어머니가 더욱 그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