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에게
- 작성일
- 2001.04.17 13:26
- 등록자
- 정성호
- 조회수
- 809
아내에게
학자야, 4월 25일이면 우리가 결혼한지 3년이 되는 날이다.
결혼기념일이 벌써 두번이나 지나갔는데 나는 너에게 해준 것이 없구나.
3년동안 뭘했나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이쁜딸 현지가 태어났던 일이 가장 기뻤고 그외에는 별로 좋았던
일이 없구나. 친정이 있는 이곳 포항을 떠나 낯설은 서산에서 신혼생활을
할 때도 너는 아무 불평없이 나와 함께 해주었다. 아프신 친정어머니를
생각하며 남몰래 많이 울었었지?
아침 6시에서 저녁 7시까지 내가 직장에 나가있는 동안 네가 얼마나
심심하고 외로웠을까?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하루종일 나만
기다리고 살았던 너를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내가 다니던 직장이 월급이 일정하지 않아 월급이 나오지 않는 달이면
나는 너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미안해 하는 나에게 너는 싫은 소리
한번 안했었지. 99년 직장생활을 견디다 못해 이곳 포항으로 올 때
많이 망설였다. 가진것이라고는 전세값 천오백만원이 전부이고 예금
해둔 돈도 없었지. 처가에 보기도 미안하고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너는 시댁과 친정이 가까워져 나이드신 부모님을 더욱 자주 찾아
뵐수 있어서 좋다며 내게 용기를 주었었지. 지금 이렇게 포항에
자리잡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되어 나는 너무 행복하다.
1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과 2달마다 나오는 상여금에 너는 기뻐해
주고 우리가정을 잘 이끌어주고 있구나. 수입이 고정적이어서 이제는
적금도 넣을수 있다고 기뻐하는 너를 보면 나는 더욱더 미안해진다.
결혼식을 올린 98년도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그때 돈이 없어서
신혼여행도 제대로 가지 못했었지. 자동차로 경주에서 일박을 하고
집으로 데려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그때 그렇게 얘기했었지.
1년후에는 꼭 제주도 여행을 시켜주겠다고.... 하지만 나는 3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누가 너의 앞에서 제주도
얘기를 하면 너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지만 마음이 아플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학자야,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너를 사랑하고 우리딸 현지도 정말
사랑한다. 내 다시 약속할게. 2년안에 꼭 제주도 여행을 시켜주마.
이 약속은 나 정성호 절대로 잊지 않고 지킬께. 3년을 믿고 기다려
주었듯이 다시 2년만 기다려 다오. 용돈을 쪼개어 조금씩 저금을
하고 있다. 나중에 그 돈으로 너와 현지와 같이 여행을 가리라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하다.
너와 결혼할 때 장인어른이 우시는 것을 보았다. 중풍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간호하느라고 고생만 하고 시집을 보내게 되어 미안해서
흘리시는 눈물이었다. 그날 나는 너를 데려와 절대 고생을 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3년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시켰는지.....
이제는 우리가정에 행복을 가져다 준 이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알고
열심히 다니고 더 이상 너에게 마음고생도 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네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우리
세식구 오붓하게 맛있는 저녁을 먹도록 하자.
이제까지 살면서 너에게 잘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는
항상 너와 현지뿐이란다. 앞으로도 우리가족 더욱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자....
4월 19일 방송 부탁드립니다. 살면서 선물다운 선물 한번 해주지 못했는데
이 사연이 방송된다면 큰 선물이 되겠지요. 그리고 만약 당첨이 된다면
백화점 상품권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