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한 결혼기념일
- 작성일
- 2001.04.21 11:47
- 등록자
- 정민맘
- 조회수
- 735
오는 23일은 결혼기념일이에요.
남들은 뭐 여행이다 선물이다 챙기지만 이제 5개월되는 딸내미땜시 암것두 못하네요 어디 맡길데두 없구.
친정엄마는 다리가 불편해 안되고 큰형님은 다큰 아들이 둘이라 안되고 작은형님은 무조건안된다하고 올케언니는 돌지난 쌍둥이가 둘이라 안되고 시댁은 시골이라 요즘 할일이 많으셔서 안되고...
몇년전 같은회사에 있던 친구가 생각나네요 결혼기념일이라고 시어머니가 회사로 꽃바구니에 멋진 카드를 선물로 보냈던데...
그래서 당일은 남편이 일을 하니 안되고 해서 낼이 마침 일욜이라 날씨도 좋것다 친정엄마에게 2시간만 맡기고 요즘 한창 잘나가는 '친구'나 한편 보는걸루 때울려고 했는데 좀 전에 시어머니 전화오셔서 '논 갈아야 되는데 민이 할아버지는 바쁘고 민이 큰아버지는 친구 결혼식 가야 된단다. 너거 올래?'하시네요 .
물론 착한 전 그랫죠 '예, 어머니'
울신랑 늘하던 말이 생각이 나네요 만만한게 친정엄마라 속상한일 있으면 맨날 투정부리고 화내고 하니 장인어른,장모님 사셔야 얼마나 사시겟노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속상해도 참고 잘해드려라 하는 말...
마누라가 좋으면 처가집말뚝에 절한다는데 우리집은 거꾸로 신랑이 잘하니 저도 요즘 생각이 많이 바뀌네요 친정도 친정이려니와 저희 시댁은 환갑이신 시어른 두분이서 농사를 지으시거든요 자식이라고 있어봤자 사는게 바빠서 자주 가지도 않고..
참.. 그저께는 쑥떡해놨다고 먹으러 오라고 해서 정민이 들쳐업고 갔더니 울시아버님 한잔 하시고 오셔서 '자주 온나, 너거가 자주 와야지 우리가 못간다 아이가' 하시대요 그리고 몇개월안된 손녀 먹으라고 과자 한봉지 사오시고 돈이 뭔지도 모르는 손녀에게 용돈도 만원이나 주시더라구요 고생해서 버신돈이라 안받을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주시대요...
그래서 낼 시댁 들어갑니다. 날씨도 좋것다 산에 들에 널린 나물 뜯어다 고추장에 비벼먹어야 겟네요..
청소도 싹 하고..
꽃바구니 그거 돈만 아깝죠 며칠만 있으면 시들거..
어른들이랑 같이 보내는 결혼기념일 이게 더 해피한 날 아니겠어요..
이글 읽어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시댁에 가서 봄나물 뜯어다 저처럼 고추장 팍팍 넣고 비벼 드셔보세요 얼마나 맛있는데...
말하다 보니 삼천포로....주특기라서.....
그럼 즐거운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