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단지 사건
- 작성일
- 2001.05.21 11:23
- 등록자
- 정연주
- 조회수
- 775
안녕하세요 두분....
솔직히 방송을 잘듣는 왕애청자는 아니지만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이코너는 사람맘을 잘움직이는
코너인것같아 이렇게 몇자 적어볼려구요
주파수를 고정하고 두분방송을 애청하는 왕애청자가
되길 약속드리면서.......
그러니까 토요일이었어요
가까이 사는 시누이가 전화가 왔더군요
걸어서 약 3분거리의 짧은거리라 자주 오고가는
시누이집이거든요...
오월의 날씨는 뭐가 맘에 들지 않는지 폭염을
뿜어대는 그날 토요일오후
점심을 맛있는 냉면으로 대신하고 시누이랑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시누는 교회에서 아는사람을 통해서 꿀을 몇개
주문받아놨는데 저에게 하나 필요하지않냐구
대뜸 묻지않겠어요
사실 냉장고엔 친정엄마가 가져다준 매실꿀도 있고해서 괜챦다구 있다구 딱 잘라 말해버렸죠
결혼하기 전이라면야 3만원 하는 꿀 냉큼 사버렸을테지만 이번 가계부를 보니 가정의 달이라
어버이날 어린이날 이리저리 챙길것 다 챙기다 보니
한달은 누가뭐래도 적자가 뻔했으니까요
거절하는 제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조금은 서운해하는 시누이의 얼굴도 얼굴이었지만
결혼 1년차인 저로서는 전업주부였고
올가을이면 우리의 아가도 태어날꺼고 이런 저런
돈걱정부터 하는 제자신도 미워지더군요
이렇게 아둥바둥거리는 아줌마대열에 합류하는구나하는...마음이 쏴하니 아파오더군요....
그러곤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랬는데 글쎄....
띵동~~~~
신랑이 퇴근을 했더랬어요
연주야...자랑스럽게 나 꿀 사왔다
누나네에 갔더니 꿀이 있길래 3만원주고 사왔어
말을 내뱉는순간...으아...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눈도 마주치지않고 전 아무말없이 안방문만 애꿎게
쾅닫고는 침대에 누워버렸죠
신랑이 안방문을 사~알 열면서 사태를 파악하기무섭게
전 신랑에게 이렇게 퍼부었답니다
난 자기 월급을 이리 쪼개고 저리쪼개고 이번달도
적금도 못들어갔는데
어버이날이라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용돈챙겨드리고나니깐 지금 남는게 뭐냐고 통장한번보라면서...
자긴 왜이렇게 생각없이 행동하냐며
퍼부었더니 우리신랑 아무말없이 제옆에 누워버리더라구요...그러곤 아무말 없었답니다
한팔은 두눈을 가리운채 한동안 정적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저두 화가 진정이되면서
괜시리 신랑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야 삐졌어??
살살 달래기 시작했죠...
우리신랑 아무말없다가 주섬주섬 말을 꺼내기 시작했어요....연주야 나는 그 꿀을 보니깐 장모님과
얼마전 수술을 끝낸 장인어른이 생각나
하나 샀다면서....
그것보단 나하고 살아가면서 3만원짜리 꿀하나에
왜이리 흥분하냐며 많은 월급을 못갖다주는 자기자신한테 화가 난다며 눈시울을 붉히는겁니다
주경야독으로 공부한 너한테 결혼생활만큼은
풍족하게 해주고싶었는데
결혼생활 1년만에 벌써 돈걱정하는 자기 아내가
그렇게 애처로와보였다면서 자기자신을 학대하더군요
아차 싶었습니다...
제가 하나만알고 둘은 몰랐던거죠
마음에 패인 상처는 오래간다쟎아요
전 아닌척했지만 친정부모님을 생각하는 신랑의 고마움에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우리신랑 아마도 더이상 말은 안했지만 그 꿀단지 사건때문에 마음이 많이도 아팠을겁니다
이글이 방송된다면 녹음해서 우리신랑께 들려주고싶군요
때이른 이 더위에 일하는 우리신랑... 뱃속아가를 그리고
아내를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운전하고있을 우리신랑을 위해 사랑한다고 외쳐주세요
그리고 꿀단지사건은 빨리 잊어버리라구요
두서없이 적었는데 암튼 두분도 이 더위에
언제나 상쾌한일만 가득했으면 합니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