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그 동안 안녕 하셨습니까?
- 작성일
- 2001.05.24 08:56
- 등록자
- 조석우
- 조회수
- 749
어머니 그 동안 안녕 하셨습니까?
집떠나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타향에서 혼자 생활 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어제는 감기 몸살이 있어서 입맛도 없고 아무도 없는 불꺼진 집에 열쇠 열고 가기가 왠지 싫어서 퇴근후 시내의 죽집을 찾아 헤맸습니다
막내인 제가 좋아하는 전복죽을 죽도 시장에 까지 가셔셔 맛있게 해주시던 어머니의 전복죽이 왜 그리 먹고 싶던지요
어머니 사랑이 듬뿍 담긴 그 죽을 먹고 나면 감기몸살도 거뜬히 물리 칠수 있었는데 어제는 도무지 맛이 나질 않는 죽을 먹고 나니 어머니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 누나 그리고 할머니 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리움은 아마도 막내로 자란 응석받이 아들의 향수병 인가 봅니다
지금은 약 먹고 좋아졌으니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
지난 토요일 어머니 생신 인데도 고향에 간지 한달밖에 안 지났다면서 극구 말리셔셔 가지 못했고 시외 전화 하면 전화비 많이 나온다고 몇마디 말씀 안하시고 뚝~ 끊어 버리시는 어머니... 막내 아들 주머니 사정 해서 라고 생각을 해도 때론 서운합니다
이젠 월급도 많이 올랐고 결혼 비용으로 저축도 하고 있으니 이제 막내 아들 걱정은 안 하셔도 괜찬습니다
어머니
지금 한창 모내기 할 철인데 논 바닥이 쩍쩍 갈라진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니 아버지 가슴은 더 찢어 질듯 하다는 생각에 저도 비가 오길 내내 기원했는데 목을 축일 만큼의 단비 라도 와서 한숨을 돌립니다
평생 농사 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참 싫었습니다
아니 농부 라는 그 이름이 참 싫었습니다
평생 허리가 휘도록 일해도 겨우 입에 풀칠 밖에 댓가를 주지 않는 땅이 참 미웠고 그 땅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인지 그토록 아버지는 평생을 땅을 버리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배운것이 농사가 전부 인 아버지 였기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래도 그 땅에 쏟아 부은 아버지의 정성으로 우리 4형제 공부 다 시킬수 있었고 막내인 저는 대학 문턱이라도 밟을수가 있었으니 저도 땅을
더 이상 미워 하지 않습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쌀 한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히 먹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 농부의 고마움을 아는 알뜰한 청년 이라고 칭찬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릴적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었던 어머니의 말씀
"밥한알 쌀 한톨에 너 아버지 손길이 팔십번이 들었다"그 말을 듣고 자란 저도 어쩔수 없는 땅을 .사랑하는 농부의 아들 인가 봅니다
어머니
너무 무리 하지 마시고 소일 거리로 농사를 지었으면 합니다
이제 저만 결혼을 하고 나면 큰 일은 다 치렀으니 건강도 생각 하시고 아버지와 오손 도손 사셨으면 합니다
다음번에 집에 내려 가면 비타민 한통과 풍치에 좋은 약도 사가지고 가겠습니다
아참! 어머니 말씀 처럼 부모님 잘모시고 형제들과 우애 있게 지낼 마음씨 착한 아가씨도 빨리 구해서 함께 내려 가겠습니다
가을 추수에는 휴가를 내서라고 내려 가겠습니다
어머니 그럼 안녕히 계세요
서울에서 막내 아들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