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을 업고 내려 오면서 )
- 작성일
- 2001.05.30 20:13
- 등록자
- 박춘억
- 조회수
- 736
******넉넉한 토요일 오후에 딸을 업고 내려
오면서 ************8
딸아 !고사리 같은 너의 손을 꼭 잡고 한발 두발 남산을 향해 올라 갈때 "아빠 ! 오늘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란 말을 너는 여러번 했단다
숨을 몰아 쉬면서도 씩씩하게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너를 보니 2.9K의 그 핏덩이가 언제 저 만큼 훌쩍 컸나 신기하기도 했단다
너는 며칠 전 부터 유치원에서 (행복 정복 등반 대회)를 한다고 출근 하는 아빠 한테 잊지 말라고 몇번이고 당부를 했었지
산 정상에 올라 가서 만세 사진도 찍고 과자 따먹기도 하고 훌라 우프 돌리기도 했는데 배가 나온 아빠는 꼴찌를 했고 넌 아마 속 상했을 텐데도 괜찬다고 오히려 아빠를 위로 했단다
재미 있는 게임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아빠가 너를 업고 내려오는 게임이 있어 너를 업고 산을 조심 조심 내려 왔단다
얼마 만에 아빠와 둘이서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도 가물 거리고 너를 업어 본지도 꽤 오래 되었구나
그동안 동생에게 아빠를 빼앗긴 사랑을 오늘 만큼은 독차지 한듯 너는 너무나 행복해 했고 아빠등에 기대어 "아빠 냄새가 너무 좋아 "라고 말했지
땀 범벅이 된 아빠 냄새가 좋다라고 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오직 너 뿐인것 같단다
산 입구 까지 내려 오니 너는 힘들었던 아빠 어깨도 주물러 주고 미리 준비한 편지를 아빠 한테 건네주었단다
삐뚤하게 맞춤법도 틀린 너 편지는 ~
"오늘 이 힘든 길을 아버지 께서 저를 업고 내려 오신 것 처럼 20년 후에는 제가 아버지를 기쁜 마음으로 업어 드리겠습니다 사랑해요"
딸아 ! 그때 아빠가 얼마나 코 끝이 찡했던지 모른단다 20년 후에 너가 이 아빠를 기쁜 마음으로 업어 주겠다는 그 약속을 아빠는 오랫토록 간직 할께..
집에 돌아 오자 마자 씻고 꿈나라로 떠난 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은 상을 가슴에 품고 자고 있구나
(행복의 정상을 정복한 기념으로 아이와 아버지께 행복 정복상을 드립니다)
딸아! 이 세상을 살아 갈때 우리가 오른 산 처럼 오르기가 힘이 들고 어려운 일도 많이 있지만 꾹 참고 가면 언젠가 행복의 정상에 도달 한단다
혼자 오르면 힘이 들지만 아빠랑 가족이랑 친구랑 이웃이랑 손을 잡고 가면 훨씬 쉽고 재미 있듯이 이 세상을 살아 가면서 친구와 이웃에게 선의를 베풀고 착한 손을 먼저 내미는 착한 나의 딸 마리아가 되기를 아빠는 오늘도 기도 한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