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저물어 가는 시기에... 딸에게 부쳐...
- 작성일
- 2001.05.30 23:25
- 등록자
- 신덕범
- 조회수
- 696
5월이 저물어 가는 시기에… 딸에게 부쳐…
파릇함이 더해 가는 계절중의 계절, 5월
봄이라기보다는 여름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은 날씨로구나.
그런데 모든 식구가 감기에 걸려서 고생하는 걸 보니 아빠 마음도 몹시 아프단다.
따뜻한 봄날에 가족소풍이라도 가야 할 건데, 모두가 아파 있으니 안타깝구나.
그래도 가정의 달, 5월에 남들만큼은 나들이를 한 것도 같구나.
아무튼, 6월이 오기 전에 하루빨리 모든 식구에게 감기가 없어졌음 좋겠다.
나리야! 요즘 힘들지?
아빠 유학관계 때문에 포항으로 전학하여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 너에게는
잘 된 일인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로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단다.
여러 경험을 어릴 적부터 해 보는 것이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면 모두가 네가 살아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자기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판단능력을 길러
주기도 한단다.
벌써 1년하고도 반이 되어 가는 데, 네 마음속에 나름대로 어렴풋하게 판단기준은 갖고
있겠지만 포항과 광양생활을 비교하면서 앞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여 중학교에 가면 어떻게
학교생활을 해야 할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물론 지금까지도 혼자서 잘해 왔지만 앞으로 더욱 더 분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아빠는
조금 든단다.
이제 내년도 2월이면 포항 친구들과도 아쉬운 이별을 해야겠지?
누구나 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기약을 하지.
그러한 친구들에게 훗날 네가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나서 어떠한 사람으로 서로들 만날까?
하는 생각을 하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네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서서히 노를 저어
가는 길고 긴 항해를 시작해야겠지.
아빠도 오래 살아 보진 못했지만 옛 성인이 이르기를 인생은 길고 긴 항해와 같다고 했다.
때로는 폭풍우를 만나 파도와 힘든 싸움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잔잔한 물결 위에
넘실대는 갈매기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울 때도 있는 거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항해를 함에 있어서 배의 선장이 곧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지.
누가 판단해 줄 수도 없고 또한 누가 방향키를 잡고 대신 항해해 줄 수도 없는 거란다.
부모님이랑 선생님 그리고 주위에 친척들은 단지 네가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즉 배를 타기 전에 배를 타는 방법, 항해하는 방법,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의 여러 가지 간접적인 경험을 가르쳐 줄 뿐 이란다.
지금은 울타리 안에서 장난감 배를 가지고 항해연습을 하는 데 불과해.
언젠가 나리도 그 모두를 멀리한 채 혼자서 항해를 해야만 하는 시기가 오겠지.
그때를 대비하여 조금 조금씩 준비를 해 나가길 바란다.
이제는 너도 어엿한 숙녀가 되어 버려 아빠가 마음대로 가르칠 시기는 지나 버린 것 같다.
물론 하다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아빠, 엄마에게 달려오렴.
네가 혼자서 날개 짓을 하는 그 날까지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마.
자그마한 동물들의 삶을 잘 살펴보면 거기에도 배울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거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기에 좀 더 나은 지혜를 가지고 끝없는 목적지를 향해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할 뿐이란다.
그리하여 훗날 어릴 적 친구들과 만나 서로 옛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여유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그러나 태만으로 인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사람은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명심하거라.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 시간을 아껴 쓸 줄 아는 현명한 딸로 성장하거라.
그러한 네가 되리라 아빠는 굳게 믿는다.
파이팅….
5월의 길목에서… 아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