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을 향하면서.....
- 작성일
- 2001.06.04 21:08
- 등록자
- 정연주
- 조회수
- 778
*******
**********
***************
*************************
**********************************
*********************************************
유월을 맞이한지 나흘이 흘러갑니다..
오늘은 시어머님이랑 동네 목욕탕을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아마도 임신한 며느리의 배가 얼마나 나왔는지
퍽이나 궁금하기도 하시겠지요..
이렇듯 언제나 시어머님이랑 목욕탕가는 날이면
시골에 계신 친정엄마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친정은 경남 진주입니다
언제나 바쁜 농사일로 허리펼날 없고 관절이 좋지않아
쉬어야 할 엄마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짓고,아버지랑 이슬덜깬 들로 향하셨겠지요...
7살 많은 가난한 아버지에게 시집와서
우리 삼남매를 낳으시고 거의 알코올중독 되다시피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신 엄마
맘고생이 심하셨는지 엄마의 친구들또래보다 흰머리가
온머리를 덮어 도무지 염색을 하지않고는
50대 아줌마로 보여지지않는 엄~~마
오빠가 초등학교시절 친구랑 싸운다는 얘길 듣고
몸빼바지에 허름한 차림으로 학교에 찿아갔더니
오빠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정환이(오빠이름)할머니다
할머니...하면서 깔깔거렸다며
집에와선 이내 염색을 하시던 엄마...
돈이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다하셨던 엄마는
비릿내가 진동하는 생선장사를 하시며 이집저집
생선을 팔러다니셨고,초등학교시절 학교소풍가는 날이면 엄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며 놀이기구를 떼와가지고는 팔러다녀 오빠와 나를 얼굴이 빨개지게 만들었던 엄마..그날은 어김없이 오빠와 나는
부끄럽게 학교까지 찿아온다면서 엄마에게 앙칼지게 대들었는데..엄마는 다음부턴 너희들 학교는 다시는 찿지않겠다며 애써 눈물을 훔치시던 엄마....
술이 없이는 하루도 못견디는 아버지는 언제나 우리에게 술심부름을 시키셨고 엄마는 무능력한 남편을 향해
제발 애들을 봐서라도 정신좀차리라며..많이도 싸우셨죠 어린 내눈에도 차라리 이세상엔 술이란게 없어졌으면 좋겠다..아님 술공장에 불이라도 나버리라며
두손모아 빌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와 한바탕 다투시곤 엄마는 몇번이나 옷가방을
쌌었지만 새카만 눈동자를 깜박거리는 우리 삼남매를 보시고는 이내 그 옷가방을 다시 풀고 그러기를 몇차례.........
언제나 가난했던 우리집은 제가 중학교다닐때즈음
얼마나 우리집 형편이 어려운지 서서히 알게되기 시작했죠...중학교를 다닐려면 늘 버스를 이용해야 했었는데 그날 아침 엄마는 동전 차비 몇백원이 없었는지
이웃집을 기웃거리며 차비를 빌려오는걸 전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시즘에도 아버지의 얼굴은 언제나 술에 찌들려있었고,그래서 전 산업체 고등학교를 택했습니다
부모님밑에서 편하게 고등학교를 다니고싶었지만
조금이나마 엄마의 힘을 들자는 생각이었죠..
부산으로 향하면서 두눈 빨개지도록 우시던 엄마..
부모 잘못만나 고생한다며 통곡하시던 엄마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하며 꼬박꼬박 월급타는 날이면
막내여동생 머리방울도 사고 적금통장으로 꼬박 꼬박
적금도 넣고 시골계신 엄마생각에 얼마간이라도 쥐어드리고...힘들었지만 보람된 여고시절....
학교다니는 오빠도 있었고 막내 여동생도 있었기에
전 대학이라는 꿈을 접었습니다
목욕탕으로 향하면서 오늘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부산에서 직장생활 8년을 하고보니
진정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나 적었네요
중학교 졸업후 부산으로 향했기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가 고등학교 졸업후에도 계속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시집까지도 진주에서 이곳 포항까지
와버렸으니,오늘같이 시어머님이랑 목욕탕으로 향하는날은 시어머님의 등을 보면서 친정엄마의 등을
밀고싶어집니다..손가락으로 헤아려 정녕 친정엄마와는 바쁜 시골일로 엄마랑 손잡고 목욕탕 가본것이
3번 정도밖에 되질않으니 오늘은 우리 삼남매 키우시느라 무능력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잘 엮어오신 엄마께 다행이 그 좋아하던 술을 요즘 끊어시고 들일을 나가실 아버지께 이 큰딸이
어김없이 전화한통을 해드려야겠네요
모내기 하시고 유월말에는 포항으로 한번 올라오신다니 신랑과 오늘은 두분을 어떻게 즐겁게 해드릴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야 겠습니다..
박용수 김경희님 앞뒤 안맞는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늘 방송 잘듣고있습니다
더운 초여름 날씨 언제나 건강하길 빌어봅니다
만약 선물 주실수 있으면 친정엄마의 화장품이 바닥을 보이고 있던데 화장품을 선물로 주시면 더더욱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