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 작성일
- 2001.06.07 09:57
- 등록자
- 이 현용
- 조회수
- 782
아내에게
당신에게 참으로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군요
결혼 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하고 밤새워 쓴 편지를
당신에게 보내곤 했는데 지금은 결혼생활 15년 동안 편지를 쓴
기억이 없습니다
나와 결혼한 후 당신은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그리 가진 것 없던 나와 결혼해 사글세방부터 시작했을 때 당신은
짜증한번 내지 않고 회사에 출근하는 나를 위해 연탄불에 밥을
하였고 국도 끊였지요.
많지 않은 월급으로 생활하랴, 저축하랴 참으로 힘들었을 텐데도
당신은 그런 내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며 저축해
아파트를 샀을 때 당신은 두 아이에게 방을 하나씩 내어 줄 수
있음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15년 동안 당신이 먹고싶은 것 제대로 먹지 않았고 결혼 후 옷
한 벌 제대로 된 것조차 산적이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항상 당신에게 고마운
생각뿐입니다
며칠 전 서울에서 우리 부모님이 내려오셨을 때에도 당신은 애를
많이 썼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회를 사기 위해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 회를 사왔고 집에 와서 매운탕도 끓여 드렸지요.
부모님이 계시는 동안 드시고 싶어하시는 음식은 다 해드리려고
노력하였고 불편하지 않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경치가 좋은 곳에도 모시고 다녔습니다.
우리가 결혼할 때 우리부모님께서 많이 반대 하셨고 그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후에 서울의 우리 집에 일주일 가 있을 동안
당신은 부모님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쳐야 했습니다.
당신에게 그 일주일이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요?
하지만 당신은 시부모님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부모님 마음에 들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어머님보다 일찍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 가족들의 식사를 차렸고 부모님이 찾으실 까
걱정하며 밤늦게 잠들었었지요.
당신이 그 일주일동안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며 보내는 동안 나는
친구들과 만나느라 거의 매일을 집에 늦게 들어갔었습니다
여보, 그때 나는 당신에게 그리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도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당신이 일주일에 몇 번씩 서울에 계신 부모님께 문안인사
드리며 혹시라도 어디 불편하실 까 챙겨 드리는 거 다 알고 있어요.
지금은 우리 부모님께서 당신을 최고의 며느리라 하시지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당신은 쑥스러워하며 당연한 도리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가 보아도 당신만큼 시부모님께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몇 달 전 당신이 일본에 유학가 공부하고 있는 내 여동생에게
학비에 보태 쓰라며 삼백 만원을 준걸 알고 있어요.
당신이 힘들게 백화점에서 일해 번 돈으로 당신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동생에게 주었을 때 나는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느라 다리가 아플 텐 데도 당신은 퇴근 후에는
항상 웃음으로 나와 아이들을 대합니다
우리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아이와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나는 언제나 부족한 남편입니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 마음하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것임을 알아주기 바래요
당신이 옆에 있음으로 나는 힘이 납니다. 우리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요.
박용수, 김경희씨 만약 선물을 주신다면 우리
아내를 위해 화장품이나 식사권을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부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