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께....
- 작성일
- 2001.06.19 13:45
- 등록자
- 연실이....
- 조회수
- 725
그는 몸이 많이 약하십니다..
제일 건강했던 몸무게가 62kg...
지금은 52kg....
정도가 나가는 앙상한 그는 요즘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뚝뚝하니 언제나 말이없고,방바닥에는 술병들이
뒹굴었고,그의 눈은 언제나 충혈이 되어 있었고,
집안일에도 언제나 등한시하는 형광등이 나가면 언제나 그녀의 몫이었고,전기 퓨즈가 나가도
언제나 처럼 그녀의 일이었고,수도꼭지가 고장이나서
물이 안나와도 척척하니 고치는건 그녀의
담당이었습니다..
그는 늘 그의 일을 그녀에게 미루고 그가 즐기는건
줄기차게 담배를 피어대는것과 술병을 끼고 사는것이었습니다...
그는 저의 아버지이시고,그녀는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몇해전 중풍을 앓으시고 아버진 술을 멀리한다 싶더니
병이 호전 되기 무섭게,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오는
아버지....
이딸이 매달려도 보고 눈물도 뿌려보고 애원했지만
모든게 허사였습니다..
집안 농사일은 언제나 어머니의 몫이었고
아버진 아침일찍 들로 향하시는게 아니라,동네
술집으로 향했고 인사불성이 되어서는 집으로 들어오기를 반복에 또 반복.....
그랬는데 그랬는데.....
아버지의 배가 언제부터인가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아랫부분이 바늘로 찌른다는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할때쯤 어머니는 아버지와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담석증이라는 병명이었습니다..
의료발달로 이 수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수술대에 누워있는 아버지는 너무나도 앙상하고 가여워 보였습니다
엄마는 들일에 저는 회사일로 간호할상황이
못되어 포항으로 시집간 언니에게 연락을 했더니
한걸음에 달려와 꼬박 일주일을 간호하고 올라갔습니다
배에 호스를 꼽고 보름을 고생하다 퇴원하던날
언니는 담당의사에게 부탁하나를 하고 올라갔습니다
의사의 말은 들으실 아버지이시니 술을 끊으라는
당부를 하고올라 간것이지요...
멀리 포항까지 시집간 언니의 정성스런 간호덕분인지
담당의사의 몇마디 말때문인지,아버지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공기밥 한그릇을 못비우고 반그릇 겨우
비우시던 아버지는 요즘 소복히 쌓인 공기밥
한그릇을 뚝딱하십니다..
온방안을 희뿌옇게 물들이던 담배연기가 차츰 줄어져만 갑니다..
농사일이 엄마만의 몫이었는데 아버진 요즘 새벽일찍
모내기한 논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십니다..
이 딸에게 따스한 말한마디 건네시지 못하던 아버지께서 마주앉은 밥상에서 숟갈위에 생선살을 발라주시고
자치하는 집이 3층이라 계단이 가파르다며
언제나 오르내릴때 조심하라 당부에 당부를 하십니다
두분.....
제가 요즘 세상하나 부럽지 않을 이 이유가
어떤사람들에게는 예전부터 누려오던 것이겠지요
내년엔 환갑을 맞이하시는 아버지
또래의 나이보다 훨씬더 늙어보이시는 아버지께
한번도 해보지 못한말...
늘 가슴한구석에 가두어만 두었던 이 말을
해주고 싶네요
아버지 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
만약에 만약에 이글이 방송된다면 그런 행운이 저에게도 온다면 두분의 목소리를 담아
아버지께 다시듣기로 들려줄렵니다..
그리고는 부둥켜안고 사랑한다고 크게 외쳐볼렵니다
이만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