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 작성일
- 2001.06.20 15:55
- 등록자
- 정성호
- 조회수
- 776
어머니
어제, 그리고 오늘은 반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꾸 창 밖을 내다보게 되더군요. 혹시라도 저 비가 그칠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말입니다.
집에 전화를 드릴 때면 비가 안 와 걱정하시는 어머님의 기운 없는 목소리에
뭐라 위로해 드릴 말이 없었는데 저 비를 보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님, 어머님은 저희 집에 들어오셔서 고생 많으시죠? 쉬는 날 가끔 집에
들어가서 어머님을 뵈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더 듭니다. 우리 집에 오신 그
날 이후로 우리가정을 꾸려 나가셔야 했고 과수원일 때문에 일년 내내
힘들게 일하시는 어머님께 더 잘 해 드려야 하는데 항상 마음뿐 손 한 번
잡아드린 일이 없네요. 어머님께서 처음 저희 집에 오셨을 때 저희들은
친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에 어머님을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어머님은 저를 친
아들 이상으로 잘 대해 주셨는데 저는 그런 어머님의 마음을 몰랐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갔었고 충동적인 생각에 집을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저 때문에 어머님께서 잠들지 못한 날들이 많으셨습니다.
밤에 들어가면 저를 반기고 있는 건 거실에 앉아 저를 기다리고 계신 어머님
이셨습니다. 제가 방으로 들어간 후에야 어머님은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누우
셨습니다. 대학교 시험에 떨어져 제가 방황 할 때에도 어머님은 그것이 어머님
탓이라며 저에게 미안해 하셨습니다.
구미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휴일에 집에 들어가면 어머님은 제가 좋아하는
여러 음식들을 차려 주시며 많이 먹으라고 하셨지요. 아버지께서 저에게 일이라도
시킬라치면 어머님께서는 회사 다니는 아이 힘들게 한다며 저에게 그 일조차
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제가 지금의 아내를 인사시키려고 처음 데리고 왔었을
때 아버지께서는 조용한 성격에 몸도 약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다며
반대하는 빛을 보이셨습니다.
제가 아내와 꼭 결혼하고 싶다는 것을 아신 어머님께서 아버님을 설득시켜
주셨을 때에도 저는 어머님께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제 결혼식
날 어머님께서 눈물 흘리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다가가 처음으로 어머님을
안았을 때 어머님은 웃어 보이려 하셨습니다. "네가 이만치 커서 벌써 결혼을
하다니, 이젠 아무 걱정도 없다." 하셨었지요.
결혼 후에는 어머님은 제 아내를 며느리 아닌 딸같이 대해 주시며 저희 집으로
반찬들을 해서 가져다 주셨고 사과를 따던 날 저에게 전화해 사돈댁에
주려고 사과를 담아 놓았으니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님이 저에게 쏟은 사랑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정말 친자식 이상으로 저를 키우셨는데 제가 힘들게 할 때면 어머님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속으로 삼키셨었을까요.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어머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어머님, 제가 어머님 앞에서 한번도 말 한 적이 없지만
어머님이 우리 집에 오신 것에 대해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힘들어 할 때 어머님이 힘이 되어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는 어머님께 힘을
주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p.s 만약 당첨이 된다면 제 어머님께 선물할 수 있게 화장품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