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어머니에게
- 작성일
- 2001.06.24 22:43
- 등록자
- 서학자
- 조회수
- 752
어머니께
엄마,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거실에 나와 앉아있으려니 엄마 생각이 나서
이렇게 편지를 써봅니다. 지금쯤 엄마는 주무시고 계실 시간이네요.
전에는 가뭄 때문에 고생하셨는데 요즘은 비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죠?
자주 찾아뵙고 일도 도와 드려야 할텐데 저 사는 것에 바빠 집에 자주 못 들어가
봐서 죄송해요.
낮에 엄마가 전화했을 때 제가 시댁일 때문에 바빠 전화통화를 오래 하지 못하고
끊은 것이 마음에 걸려서인지 제가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일만 생각이 납니다.
학교 졸업 후에 포항에서 직장이 구해지지 않아 서울로 취직해 갔을 때 엄마는
제 앞에서 보이지 않으시던 눈물을 제가 떠난 후 일주일 동안을 우셨다는 소리를
동생에게 들었습니다. 일이 힘들 때면 엄마가 보고 싶었지만 저는 참았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엄마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엄마는 힘들면 당장이라도 회사를 관두고 내려오라고 하셨지요. 엄마의
그 말씀에 저는 더 참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일하고 포항으로
내려왔을 때 엄마는 무척 기뻐하시며 저를 맞이해 주셨지요. 이제야 따뜻한
밥 해주며 챙겨 줄 수 있겠다 기뻐하시는 어머니께 저는 새로 취직한 회사에
다니기 위해 시골에서 다니면 힘들다고 자취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시장에
채소를 팔러 나오실 때면 딸이 걱정이 되어 엄마는 자취방에 오셔서 쌀이며
반찬 등 여러 가지를 챙겨주고 가셨는데 저는 한 달에 한번 집에 들르던 것이
왜 그리도 귀찮고 싫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다 시간을 내어 집에 들어가면 엄마는 따뜻한 밥을 차려 주셨는데 저는
피곤해서 자야한다며 가족들과 식사도 한끼 잘 하지 못했어요.
엄마, 정말 미안해요.
그때는 왜 그렇게 철이 없었는지, 나밖에 몰랐습니다. 제가 결혼하여 평생을
엄마와 한 집에서 못 살게 된다는 것을 그때는 생각조차 못했었어요.
엄마는 젊었을 적부터 이상하게 흰 머리카락이 많아서 저에게 일요일이면 머리카락을 뽑아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귀찮아하며 그 일을 동생에게 미루기 일수였고
또 엄마에게 염색하면 머리카락을 뽑지 않아도 된다고 염색을 하라고 하였지요.
엄마는 염색하는 비용으로 차라리 우리에게 맛있는 반찬이라도 해 주겠다며 그
돈은 아까워 하셨습니다. 저는 염색해 주겠다며 말했지만 사실 한번도 집에
염색약을 사 들고 가 엄마에게 염색을 해 준 적이 한번도 없어요. 가끔 집에
들러서 엄마를 볼 때면, 엄마의 하얗게 쉰 머리카락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저 결혼시키려고 좋은 사람 소개 시켜 주셨을 때 저는 선보기가 싫어 엄마에게
화를 내며 시집 안 갈 거라고 소리 쳤었죠. 엄마는 한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그런 말은 엄마에게는 예외인 채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더 힘든 시집살이를 시키셨습니다.
술에 취한 날이 더 많은 할아버지는 엄마가 밥상을 차려 드리면 마음에 들지
않은 며느리라며 밥상을 엄마 앞으로 차기 일수셨습니다. 그러다 작은 어머니가 오시면 할아버지는 작은 어머니와 둘째 아들네 집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셨지요.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2년 가까이 병 수발을 들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저에게 너만큼은 장남하고 결혼하지 말아라, 장손하고는 결혼하지 말아라
울면서 말씀하셨는데 저는 엄마의 그 소원조차 들어드리지 못했어요.
엄마가 시집살이하던 그 모습을 보며 자라난 탓에 결혼은 그리 생각조차 하지
않던 저는 엄마가 그렇게도 말리던 장남과 하게 되었어요. 한숨만 쉬시던 엄마
앞에서 좋은 사람이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며 좋아만 하였습니다.
그렇게 철없던 저는 결혼해서 시댁의 제사와 집안 일이 손에 익지 않아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밤이 되면 엄마 생각이 나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형님들과도 친해지고 어머님과 아버님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졌어요. 시부모님께 잘 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매사에 서투르기만 한 저를
시부모님께서는 귀여워 해주십니다.
엄마, 나 결혼할 때 많이 아프셔서 참석하지 못하셨었잖아요.
그때 일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엄마가 서 있을 그 자리에 작은 어머니와 함께
섰을 때 엄마 생각에 눈물이 그렇게 많이 났어요. 아버지께서도 마음이 안 좋으셔서
담배만 물고 계셨고 이모들과 동생도 많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그건 나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할 일이 될 거예요.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엄마는
항상 두 사람 사이좋게 살아야 한다 꼭 말씀하십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두 사람 사이좋게 잘 살고 있어요. 항상 저를 위해주며 아껴주는 엄마의
사위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