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딸, 현명한딸, 그리고 강한딸로....
- 작성일
- 2001.06.26 04:31
- 등록자
- 이지현
- 조회수
- 756
안녕하세요.
두 진행자님..
오늘밤은 잠이 오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 버려 고통 스러워 하는 나의 어머니를 친정 집에 홀로 두고 와서 이 깊은 밤 잠이 오지 않습니다.
눈을 감으면 아버지의 생전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이렇게 그저 하염없이 불러보았지만 어둠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제 곁을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가까워 옵니다..
어머니는 아직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문득 문득 그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저 까지 그 슬픔에 계속 쌓여 있다면 그것이 더 힘든 고통일 것 같아서 이제는 그만 툴툴 털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지난 시간은 아버지의 시신과 함께 흙 속에 파묻히고 싶었던 시간이었으며,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울음소리조차도 낼 수 가 없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던 시간.
고스란히 그 아픔을 받아들여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 하루가 다르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하셨던 나의 아버지..
몸에는 살이 하나도 없었고 자꾸만 야위어 가셨던 나의 아버지..
의사는 더 이상 손댈 수 없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통증이 심해지면 질수록 아버지께서는 당신에게 남으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셨다고 병원비가 아깝다며 집으로 가자고 한없이 재촉을 하셨답니다..
"현아..병원비가 너무 아깝다. 그만 집으로 가자.
나는 이왕지사 다한 목숨이다 자꾸 이렇게 병원에만 있으면 그 많은 병원비를 너거 엄마 혼자서 어떻게 해결 할라꼬 이러노..
지금까지7년이나 너거 엄마 고생 시킨 걸로 됐다..
나는 병원이 싫다...
그만 가자 .집에 가자.. 단칸방이라도 나는 우리 집이 속이 편타.."
하시며 시간이 얼마없다는 것을 아셨는지 비싼 치료는 모두 사양하셨고 아픈 통증을 이빨을 깨무시며 집으로 가자고 한없이 외치시기만 하셨습니다...
홀로 남겨지는 어머니에게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남겨 질까봐 병원에서도 내내 집으로 가자고 조르시던 나의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는
"안됩니더..당신은 꼭 낫을 겁니더
우리 병원에서 하자는 대로 합시더..
지는 하는데 까지는 다 해 볼겁니더.. 세상에는..기적도 있고..나는 당신이 낫는다고만 생각합니다. 걱정마이소..
병원비는 내가 다 알아서 합니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덜 아플 수 있다면 당신이 일분 일초라도 더 살 수 있다면 지는 이병원에 있을겁니다. 걱정마소..당신은 곧 건강해집니더...."
하시며 고통스러워 하시던 나의 아버지의 두 손을 꼭 잡으시던 나의 어머니..
아버지의 7년이란 긴 투병으로 있던 집을 팔아 전셋집으로 사글세로 이제는 송도동 산일번지 판잣집으로 월셋방으로 옮긴 나의 친정집..
아버지의 그 오랜 투병으로 어머니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돌아 가시기전 마지막 유언으로 아버지는 제게 어머니를 부탁하셨습니다..
숨쉬기조차 힘든 그 순간에도 제게 끝없이 어머니 부탁을 했습니다..
"너거 엄마 내가 너무 고생만 시켰다.
제발 잘 모셔라.
이제 너거 엄마 한테 남은 것은 니뿐이다.
내가 너무 오래 아파 가지고 너거 엄마한테 빚만 남기고 떠나는 구나..
미안타. 정말로 미안타....." 하시며 우시던 나의 아버지..
마지막 운명의 시간에도 홀로 남겨지시는 어머니를 걱정하시며 못내 눈을 감지 못하셨던 나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7년 간의 암 투병생활의 뒷바라지를 위해 안 해 본일 없는 나의 어머니..
겨울이면 죽도시장 노점에서 새벽부터 저녁 늦게 까지 하루 종일 행상을 하시고 여름이면 송도 바닷가에서 자판을 하셨던 나의 어머니.
하루에 세시간 이상 잠을 주무시지 않고 막노동판으로 시장판으로 식당으로 파출부로 다녔던 나의 어머니..
엄청난 아버지의 병원 비를 위해서 날마다 여기 저기 돈을 벌러 그리고 빌리러 다니시던 나의 어머니.
부부라는 것이 무엇인지 오직 아버지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모든 것을 바쳤던 어머니..
어머니는 아버지 병 고치는 일 외에는 그 무엇에도 의미가 없으셨던 분이셨습니다...
아버지를 떠나 보내시고 너무나도 힘들어하는 나의 어머니... .
살아가는데 의미가 없다고 하시는 나의 어머니
지금까지 겪으신 고생보다 천 배 만 배 더 힘든 고생이 따르더라도 아버지께서 살아 계시기만 한다면 힘이 나겠다는 나의 어머니...
저 먼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를 따라 가야겠다고 하시는 나의 어머니..
어머니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이 아픕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어머니를 모시고 싶고 어머니 옆에 제가 있어 주고 싶지만 제게 주어진 현실은 그것이 아닙니다..
딸이라는 이름 하에 마음대로 어머니를 모시자고 말 할 수 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