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 신랑에게
- 작성일
- 2001.06.28 11:52
- 등록자
- 최홍선
- 조회수
- 800
어느새 신랑의 검은머리는 하얗게 변해가고
염색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나이로 접어드는데??
아내란 자리로 안타까울 뿐이에요.
열심히 살고자 하는 그 마음 하나로 오늘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사랑하는 나의 신랑...
직장 사내로 만난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처음부터 어디에 끌렸을까?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할 수 있었어요.
항상 같은 시간에 퇴근하고,
같이 저녁 먹고,
거의 매일 떨어져 있는 시간 보다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어느새 모르게 정이 엄청 들어
하루라고 (일요일 경우) 떨어져서는 아쉬워서 못 사는
너무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죠.
너무도 사랑하기에,
결혼하자는 한마디 말에 너무 좋아서,
앞 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그 때의 저의 나이가23살, 신랑의 나이가 27살
얼마나 순진한 건지?
바보인지?
솔직히 말하면 형제가 어떻게 되는지?
가정환경은 어떤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한 것이 아니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너무 어처구니없는(?)
그런 행동 같은 것 있죠.
자기 인생의 모험도 그렇게는 하지 못할 것 에요.
그런데 전 인복이 많다고 할까요?
결혼 초기에는
세상에 이렇게 사는 것이 결혼인가?
하고 많이도 울었어요.
항상 같은 공간에,
같이 있기를 원해서,
결혼했는데,
늦게 퇴근하는 신랑......( 10시경, 더 늦을 때도 있지만요)
보이지 않는 단점들도 보이고,
거의 날마다 서로를 미워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답니다.
그 생활이 아마 1년 정도 되었을 것 같아요.
결혼 안 한 친구들을 보면(거의 안 했지만요)
너무 부러워서 울기도 많이 울고,
바보 같은 결혼을 했다고,
후회도 참 많이 했지요.
그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계기가 된 것이
큰아들 탄생이었어요.
자연적으로
일찍 퇴근하고
아이 쳐다보면서
공동 화제가 생긴 거죠.
신랑도 서서히 가정에 마음을 두게 되고
뒤늦은 인생 설계도 했어요.
남들과는 뒤바뀐 설계죠.
결혼하고 첫 아이 낳고 인생 설계를 했으니 말입니다.
최고 먼저 할 일이 집 장만이라고..... (신랑 의견)
전 하루하루 행복하게, 여유 있게
마냥 즐겁게만 살고 싶었는데......
그 때부터 알뜰해져 버린 신랑..
적은 월급이지만
저도 알뜰하게 가계부 썼는데
저보다 더 알뜰해져 버린 신랑이기에
지갑에서 돈 꺼내기가 무서웠답니다.
안 쓰면 남는데 하고 말이에요
얼마나 알뜰하게 살았는지.
남들보다 빨리 집을 장만했어요.
하지만 그 알뜰함이 지금까지도
저를 힘들게 할 때가 많아요.
그 흔한 전자렌지 살려면,
"가스렌지 하고 전자렌지 차이점이 뭔가?"
타당하게 말하라는 것 있죠.
솔직히 큰 차이점은 없지만
가끔씩 아쉬운 점이 있잖아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여름 휴가에 놀러 가자고 하면?
"아이들 더운데 고생시킨다,
갔다와서 배탈난다,
땀띠 나면 어쩔래
나가면 더 고생이다.."
그렇게 저를 자제시키곤 했죠.
이제는 아이들도 다 컸는데 말입니다.
아직까지 휴가 한번 제대로 간 적이 없어요.
물론 직장에서도 빠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요.
하지만 얼마든지 시간 내서 갈 수 있는데
뭐가 문제겠어요?
결국 나가게 되면 쓸데없는데
돈 쓰고 낭비한다고 생각하니깐 그렇겠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거든요
여유가 된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살아가는데
활력이 된다면 필요하지 않나 하고요.
그렇게 이야기하면 신랑 왈
"우리가 살고 있는 좋은 도시에
가기는 어디를 가나?
남들은 여기 못 와서 난리인데
유적지도 많고
바닷가 가 보고 싶으면? 가까운 감포도 있고
등산가고 싶으면? 경주 남산 가고
이 보다 더 공기 좋은 곳이
어디에 있다고..."하고는
그렇게 말을 얼버 부린답니다
"태어난 곳도 여기 이며
살고 있는 곳도 여기 이니
어디 타 도시 구경 한번 갈 수 있을까?" 하고
저는 푸념을 하곤 했죠.
그렇게 그렇게
알뜰하게
자기 용돈도 아껴 쓰는 신랑
어디 혼자 잘 살아 보자고 하는 것일까요?
저의 신랑 소원은?
두 아들 집 한 채씩(작은 아파트 라도) 장만 해주고,
하고 싶은 공부 할 수 있게 해주고,
그렇게 할 려면 아끼지 않으면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나보다는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자기는 안 써도 되지만
우리 아들에게까지
자기처럼(알뜰하게)은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그런 깊은 마음이 있답니다.
요즘 보기 힘든
알뜰한 신랑 아니겠어요
항상 우리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남들과 같이 왜 놀고 싶고
직원들과 어울리고
여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없겠어요.
하지만
최우선 적으로 우리 가정을 생각하고
일찍 퇴근해서
아들과 운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