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작성일
- 2001.08.16 18:50
- 등록자
- 조민애
- 조회수
- 685
아버지.....
어제...
밀양 친척집에 갔다... 밤 새도록 술 먹고 거의 비몽사몽간에 외가집을 갔다...
외가집은 지금 공사중이다....
70년이 넘은 초가집을 허물고 현대식 건물로 공사중이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일을 도와주고 계신다...
아버지에 직업은 "미장"이다...
기술을 필요로하는 직업이라고는 하나... 속된말로 "노가다"다...
하지만 난 그런 아버지를 한번도.. 단 한번도 부끄러워한적이 없다...
손이 발이라 불릴 정도로 거친 내 손....
그런 내 손이..
아버지에 비하면 물한방울 안 묻히고 자란 귀한집 외동딸 손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런 아버지에 손은 어릴적부터 나에 존경에 대상이었다...
어제... 아버지에 일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아니.. 일하는 모습 뿐만이 아니라... 같이 일을 했다...
나는 시멘트 퍼다 나르고...
아버지는 내가 퍼다 나른 시멘트로 일하시고...
온 몸이 시멘트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시커멓게 그을린 아버지에 모습을 보는 순간...
뭔가 강하게 가슴을 치고 간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
아니다....
일하시는 동안 눈한번 마주치지 않는 아버지...
자신에 모습이 부끄러워서 일까???
그을리다 못해 시커멓게 타버린... 온 몸이 시멘트와 땀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는...
"넌 아버지처럼 되지마라"
"넌 여름이면 시원한 에어콘 바람 밑에서... 겨울이면 따뜻한 히터기 앞에서 일해라"
"평생을 시멘트와 삽 짊어지고 일하는 그런 직업은 갖지마라.."
이런 말씀을 몸으로 하고 계셨다...
일은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그때서야 처음 아버지랑 눈을 마주쳤다....
서로 땀과 시멘트로 범벅이 된 모습을 쳐다본다...
그리곤 서로 웃는다....
아버지가 말씀 하셨다...
"옷 꼬라지가 그게 뭐꼬~ 힘들제?"
난 피식 웃으며......
"이 나이에 꼴랑 하루하고 힘들면 됩니꺼~ 아버지는 몇 십년을 해오신 일인데~"
그러자... 웃으시며 내 어깨를 두번 툭툭 치고 지나가신다..
세월에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는 주름살...
큰 아버지를 대신해 초등학생이 되기전부터 지게를 짊어지고 사셨던...
수제비, 고구마에는 치를 떠시는 아버니..
그게 싫어서 졸업하자마자 가출....
야간 중학교 다니면서 온갖 굳은일 다 하시며 자라신 아버지..
그런 당신에 거친 모습과 순탄치 않은 인생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