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여행
- 작성일
- 2001.08.22 23:09
- 등록자
- 박춘억
- 조회수
- 610
박용수 김경희씨 안녕 하세요?
휴가는 잘 다녀 오셨는지요?? 저는 이번에 아주 특별한 체험을 한 여름 휴가를 다녀 왔습니다
아이들의 팔과 다리는 모기 에게 헌혈(?)을 한 흔적이 많고 평소에도 굵은(?) 아내 팔뚝은 섹시 하다 못해 숯검댕이가 되었어요
뽀얗던 우유빛 아이들이 아프리카 원주민 처럼 까맣게 탔지만 우리 가족에게 정말 좋은 추억을 안겨다준 보길도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늘 아내는 "그 섬에 가고 싶다" 노래 불렀지만 "더운데 어대 놀러 가노 집이 최고다~"라고 큰 소리 치면서도 못내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요
결정적으로 여름 휴가를 어디로 갈까? 생각 중일때 옆에 앉은 박과장이 " 그 민박집 주인이 정말 마음씨가 좋고 인심이 후해서 두 번씩이나 보길도에 갔다 " 그때 전 무릎을 탁 치고 "그래 정했어 보,,길,,도,,"
그렇게 해서 우리 가족이 지도 한장 달랑 가지고 10시간이 넘는 긴 여행길에 올랐고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그 섬 보길도에 닿았습니다
땅끝 마을에서 배로 한 시간 반이 지나 닿은곳은 전라 남도 완도군에 속해 있는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 "보길도" 였지요
아내와 두 아이는 미리 예약한 민박집에 내리자 마자 차안에서 너무 피곤 했던지 그대로 곯아 떨어 졌어요
그러나 40년 가까이 뭍에서 살아온 제에겐 섬이 낯설기도 하고 설레였고 신비해서 인지 이리 저리 모기장 안에서 뒤척이다가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에 겨우 눈을 붙였답니다
다음날 윤선도의 유적지인 세연정과 용두암 동천 석실.부용당을 돌아 보고 50대 후반 주인집 아저씨와 보트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습니다
한 평생 바다에 나가 거친 파도와 싸운 아저씨는 요즘 왼팔이 너무 아파서 병원 치료를 다니고 계셨지만 우리 부부를 위해 특별히 바다 양식장 구경을 시켜 주셨지요
보트배는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어우러진 푸른 수면위로 미끄러 지듯 쌩~달렸고 바닷물을 가르면서 달릴때 그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이 너무 상쾌해서 "야~호"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푸른 바다 위에 흰 점들이 개개인의 어장 구역 이었고 아저씨의 전복 양식장에 닿자 배의 시동을 껐습니다
보름에 한번 다시마를 가득 넣어 주면 어린 전복들이 싱싱한 다시마를 먹고 무럭 무럭 자라 3년 정도 되면 비싼 값을 받는대요
아저씨의 사랑과 다시마를 먹은 어린 전복이 다 자랄 내년 쯤에는 맛있는 전복죽을 대접 하겠다는 아저씨의 인심이 참 고맙더군요
아저씨는 한쪽 팔로 흰 스치로폴을 갈쿠리가 달린 길다란 막대로 끌어 올렸고 우리 부부는 영차 ~영차~흰 스치로폴에 딸린 줄을 끌어 올렸어요
그런데 도무지 당겨 오지 않아 끙~ 끙 ~당기니 이마에는 육수(?)가 줄줄 흐르고 팔과 다리는 후들 후들 떨리고 바다밑을 들여다 보니 출렁거림에 멀미 까지 났고 급하게 따라 나선 아내의 슬리퍼는 벗겨 지고 . ... 젖 먹던 힘까지 총 동원 해서 겨우 끌어 올리니 줄줄이 사탕 처럼 달린것은 합자 (경주 에서는 담치) 미더덕 다시마 청각 ..
정신 없이 합자 미더덕 청각을 따니 작은 배 바닥에는 바다 보물로 가득 했고 우리는 만선의 기쁨에 어쩔줄 몰라 하면서 그윽한 눈으로 합자,,미더덕..청각..다시마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조그만 배가 기우뚱 거려 하마 터면 그대로 바다에 빠질뻔 했던 보트배 위에서의 두시간 사투는 정말 잊지 못할 "삶의 체험 현장"이었어요
우리 부부 둘다 수영을 못하는 사이다 병인데 하마 터면 이 편지를 용궁에서 부칠뻔 했습니다 ㅎㅎ
어쨌던 그렇게 어렵고 힘이 들게 따온 합자를 오도독~소리가 날 정도로 두어번 씻고 큰 솥에 넣어 푹 삶으니 김이 모락 모락 났습니다
뽀얀 국물은 바다 냄새가 향긋하게 났고 담백하고 또 시원한 느낌이었지요
소주에 적당히 간이 배긴 합자 국물은 끝내 주었고 크~ 그날밤 늦도록 아내와 주인집 아저씨와 술잔을 기울렸지요
주인 아저씨가 준 것이 아닌 직접 바다에 나가 내 손으로 건져올린 합자 였기에 그 맛은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그 맛과 비교가 안되었습니다
아이들은 합자 알맹이를 쏙~ 빼먹는 그 재미로 맛있게 먹고 우리 부부는 "삶의 체험 현장"을 두고 두고 이야기 하느라 밤을 지샜습니다
아참..청각이 빠졌네요
진한 초록의 청각은 김치 재료에 사용 되는데 잘 말려서 거의 대부분 일본에 수출이 된다고 그러네요
그 청각을 끊는 물에 살짝 데쳐 초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아삭 아삭 씹히기도 하고 탄력이 있기도해서 처음 먹는데도 먹을만했어요
이쯤 되면 출출한 시간인데 박용수씨 ! 사연을 읽다가 크~ 소주 생각에 입안에 군침이 사르르 돌지 않나 좀 걱정도 되네요 ㅎㅎㅎ
시원한 에어컨 대신 후끈 후끈한 민박집 모기장안에서 잠을 잤고 지지직~소리만 나고 화면이 안나오는 흑백 텔레비전 때문에 아예 틀지도 못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