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화가선생님
- 작성일
- 2001.08.27 11:09
- 등록자
- 이지생
- 조회수
- 748
12년 만이었다..나의 화가 선생님을 만난 것이..
두 근 두 근 거리는 마음으로 전시실에 올라 갔건만..
내 작은 아이 성호 또래의 남자 아이와 40대 초반의 여자 한 분이 전시실에서 손님을 맞고 있엇다.
12년 전…
꿈 많고 문학소녀 였던 여고2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 오신 선생님 소개가 있던 날..
난 찍었다..과목이 미술이라던 멀 때 같은 선생님을..
걸을 땐 도대체 땅을 보시지 않으시던..선생님..
그땐 중학생이 그리도 부러웠었다.그 멀 때 선생님은 총각 선생님이라 중학생 만 담당하셨기 때문에..
그 멀 때 선생님을 좋아한 학생은 전교에서 나 하나 뿐이었던 것 같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멋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여고2년 가슴속에서는 벌써 나만의 화가 선생님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말 한번 해보지 못하고 1년이 지나던 어느날..선생님의 결혼소식이..
청천벽력..그래도 나만의 화가선생님을 포기할 순 없었다..
건물 저편 중학교 교실에서 수업하시던 선생님을 보기 위해서 1분단이 되던 날이면 4분단의 친구들이 자리까지 양보했었다..
턱을 괴고 훔쳐보던 선생님의 옆 모습..쬐끔은 들창코에..그리 예쁘진 않았던 울퉁불퉁한 치아..
딱 한번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드러내 놓고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탓에..
장미 한 송이와 함께..
졸업을 며칠 안 남기고 ‘ 지생아 미술실에서 널 부르셔 ’..미술 반 이었던 수경이가 급한 듯 불렀다.
첨으로 미술실의 문을 당당히 열고 공식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안개꽃 사이로 그리도 가슴 설레 이게 한 나의 화가 선생님이 보였다..
‘3학년이라고 했던가?’ ‘공부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겠지?’ 편지는 고맙다’ ‘약속하자..얼마 안 남았지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 가겠다고..’
‘힘내..’ 하며 아몬드 4알을 주셨다.
그 아몬드는 졸업하고 직장 다닐 때 즈음에 말라서 버려진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세월 속에 묻히던 나의 화가 선생님의 전시회 포스트를 보는 순간 가슴이 멎을뻔했다..
비록 두 아이의 엄마지만..
조용한 전시실에서 본 여자분과 아이는 어쩌면 그 멀 때 선생님의 부인과 아이가 아닌가 싶었었다.
5시쯤 되면 오실 겁니다..라고 그 여자분이 그랬다.아니 사모님께서..
내 생각이 맞다면 말이다..
5시에 다시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그 전시실을 찿았다.
맞았다..18살 때 본 나의 화가선생님이..
저..여고8회 졸업생입니다..선생님..
그런데 ..그런데..나의 화가 선생님은 날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아 예..이렇게 찿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명록에 연락처 주시면 다음엔 안내장이라도 보내 드리겠습니다..’.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그런 멘트 만 남기시는 게 아닌가.
‘네..그러겠습니다..’ 하고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허탈하게..전시실을 나왔다.
중학교 3년 여고3년 동안 유일하게 좋아한 선생님인데..
그렇게 그렇게 나만의 화가 선생님은 또 세월 속에 묻히우고 있다..
추억의 방명록에 남기면서..
나의 화가 선생님..늘 건강하시고..좋은 작품으로 세상에서 만인의 화가선생님이 되시길 바랄께요..
(추신:지금은 학교에서 인기 만점 선생님이 되었다며..우리 아파트 여중생이 귀뜸을 해주었다 며칠전에..그러고 보면 내가 보는눈은 있다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