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년 결혼 기념일을 맞으면서.....
- 작성일
- 2001.09.07 09:52
- 등록자
- 김외숙
- 조회수
- 796
결혼 기념일을 맞으면서..
12년 전..
무척이나 무더운 여름날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한 결혼식..
누군가의 말에 따라 행동하다 보니
결혼식은 끝이 났지요..
다들 그런 경험이 아닌가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득하기만 하네요.
그 이후 결혼기념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신랑이 최고로 싫어하는 날이 생일, 기념일 챙겨서 선물 하는것..
해마다 돌아오고,
생일 없고,
기념일 없는 사람 없는데,
구지 그런 일은 왜 챙긴냐고.
집에서 할 일이 없어서 그런 일 안 챙겨 준다고
하루 종일 일하고 오는 신랑에게 짜증만 내는 그런 사람은 되지말라고
애시당초 난 그런 것은 못 챙기는 남자니 기대 하지 말고
없는 듯 있는 듯 살라고 한 신랑이기에
별 다르게 기대할 것도 없었지만
여자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
처음에는 기대하고 실망도 많이 했지요.
실망하고 살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지고
안 챙겨준다고 섭섭해 할 필요도 없었지요..
그냥 하루하루 기념일 같은 것은 안 챙겨 주었지만
그래도 자상하고 착한 신랑이라고 생각하고
섭섭한 마음들을 접었답니다.
오늘도 결혼 기념일인데..
무슨 일이 있을라구..
전 그렇게 포기하고 있었지요
원래가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말이에요.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정말 무심한 신랑이다 어쩌면 그럴까 하고
못내 섭섭한 마음은 있었답니다.
실망 하면서도 기대하는 것이 여자의 마음 아닌가 했어요.
퇴근이 6시인데..
5시30분에 전화가 따르릉..왔어요
물론 신랑이었지요..
"여보, 내가 당신에게 멋진 멜 보냈으니
약속 장소에 나 올 수 있냐고 하지 뭐에요.."
속으로는 무지 좋으면서,
"당신 무슨 말이야.."했지요.
"응, 당신에게 멜 보냈으니 한번 보라고"
전 바로 컴퓨터를 켰어요..
신랑이 보낸 멜이 너무 기대 되고,
뭐 맛 나는 것이라도 사 줄려고 저러나 싶어서 말이에요.
음악과 함께..
멜이 도착했어요..
"사랑하는 아내 외숙에게
오늘하루 보람있게 보냈는지..
가정주부 일 이 란게 항상 다람쥐 챗 바퀴 돌 듯
열심히 해도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싶네.
우리가 결혼한지도 벌써 12년째 - 연애시절까지 하면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이지.
항상 내 위주로 삶을 살다보니 당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산것 같다.
오늘 결혼 기념일인데.. 또 야간근무야!
저녁에 분위기 있는 데 가서 저녁이라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미안해서 어떻하지?
오늘 야근 열심히 하고 내일은 좋은데 가자구 그리고 남은 인생 열심히 당신 위해 살아볼께.. 사랑해..
당신 나 시험(지금직장)치던 그때 생각나?
난 지금도 가끔 그때 떠올리며 당신 생각한다. 고마워 - 당신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 늘 간직하고 있어 ..
다시 태어나도 아마 당신을 만나 - 아니 지금보다 더 당신을 위해 열심히 사랑하며 살거야..
- 당신의 영원한 사랑 남편으로부터 - "
어때요!!
멋진 신랑 아닌가요..
이 멜 하나에 제 마음은 다 풀어지고
맛난 음식 먹은 것 보다 더 좋지요..
당직 근무하고 온 다음날,
장미 한 다발을 저의 품에 안겨 주었답니다..
전 정성들인 맛난 점심 준비로
신랑에게 보답했지요..
해마다 돌아오는 기념일..
어째거나 이런 저런 일로 외식할 기회는 안 생기네요.
다 내 복이겠지요..
그죠..
그 복으로 오늘도 열심히 산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