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여만에 만난 친구를 보내고...
- 작성일
- 2001.09.10 09:18
- 등록자
- 이순희
- 조회수
- 761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친구를 만났어요.
전화 통화를 주-욱 하면서도 그냥 우린 그렇게 지냈었죠. 아니 어쩌면 서로 살기가 곤곤한 환경을 숨기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친구가 저희 사는 쪽으로 올 일이 있다며 들르겠다고 하더라구요.
해서 부랴부랴 집안청소도 하고 그 애가 좋아할 만한 음식들을 이것저것 만들어 준비했습니다
그야말로 있는정성 없는 정성 다 해서 한 상 그득 음식장만을 했습니다
드디어, 친구닮아 잘 생긴 남매와 훤칠한 남편과 함께 나타난 벗 정희!
눈물이 날 만큼 반가왔습니다.
마흔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고운모습의 정희가 제 앞에 있다는게 실감나지 않더군요.
연하의 남편만나 아직까지 월급봉투라고는 받아보지 못 했다는 희!
보너스 한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에는, 훤칠하고 말쑥한 차림새의 그 남편이 참 얄밉더라구요.
보기엔 저렇게 말짱해도 저 사람이 친구의 등골을 빼 먹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결혼 16년에 살아온 얘기를 소설책 몇권을 써도 부족하다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친구와 오랫만에 회포를
풀면서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죠.
난 너무 안일하게만 살아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
늘 불만의 대상인 무뚝뚝하기만 한 신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
늘 그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난 모든걸 너무 당연하게만 여긴건 아닌가하는 반성.
친구는 '남편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했어요.
그 속엔 순탄치않게 살아온 벗의 아픔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어요. 오랫만에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눈 우린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했습니다.
친구가 남기고 간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지금!
머지않은 그날!
친구에게도 보통아낙들이 살아가며 맛보는 그런 재미가 새록새록 함께하는 날이 있기를 빌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