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너무 고생 많았다오
- 작성일
- 2001.09.11 17:00
- 등록자
- 황일성
- 조회수
- 747
여보!
내나이가 중년을 훌쩍 넘어서 정년 퇴임할 날도
이제 3개월도 남지 않았구려
20살의 꽃다운 나이에 나에게 시집와서
그간 모진 풍파를 다 겪으면서
뽀송뽀송하던 당신의 얼굴이 이제는 거칠고
주름진 얼굴로 바뀐걸 보니
우리도 이제는 늙긴 늙은 모양 이구려
그동안 당신 참으로 고생 많았소
아이들 꼿꼿하게 잘키워서 이제 모두 출가시켜 놓고
열심히 살고있는 자식들을 보니
바라보는 내마음도 흐믓 하다오
이모두가 당신의 헌신적인 땀과 눈물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이 된다오
딸아이 마저 시집 보내고 이제는 텅빈 집에서
하루종일 쓸쓸히 있을 당신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해줄것이 없나 하고 생각 하다가
이렇게 난생처음 방송국에 편지를 써보는데
혹시라도 라디오 듣는분이 주책없는 영감이라고
흉을볼지 모르지만
아! 흉보면 어때요?
마음이라도 이렇게 젊게 살면 되지... 안그래요?
여보!
딸아이 쓰던 컴퓨터에 앉아
그동안 어께 너머로 배운 솜씨로 손가락으로 이렇게
한자한자 쳐보니 그것참 재미있기도 하고
세상사는것이 참으로 좋은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구려
30여년 이라는 긴 세월을 당신은 나를위해
자식들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 왔지만
이제 정년 퇴임하고 나면 앞으로 남은 인생을
나는 당신을 위해 살아 가겠소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삽시다
요즘 젊은 사람들 많이 쓰는말을 이렇게 편지로라도
나도 오늘은 한마디 해볼라요
"당신을 사랑하오....영원히....."
두분 수고가 많으십니다
주책없는 늙은이가 몇마디 적어 봤습니다
오는9월16일이 집사람 생일인데
이번에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하고싶어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집사람에게 꽃을 한번도 사주지
못했는데 꽃바구니 하나만 보내 주시면
정말 고맙게 받겠습니다
제집사람 꽃을 너무 좋아 하거든요
혹시라도 방송에 누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