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이야기
- 작성일
- 2001.09.18 13:56
- 등록자
- 서경아
- 조회수
- 711
제나이 이제 스물다섯, 이상하게 제 친구들은 결혼을 빨리하더군요.
모두들 좋은 남자 만나 결혼을 하고 저혼자 남았어요. 제 친구들중에는
대학조교랑 결혼한 친구도 있고 신랑이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도 많아요.
친구들과 만나 수다떨고 영화보고 지냈던 시간에는 외로움이란걸 몰랐는데
그 친구들이 전부다 결혼을 하고 더 이상 자주 만날 수 없으니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고 많이 외로워지더군요.
그러다가 직장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어요. 업무상 같이 일을 했는데
느낌이 참좋은 사람이었어요. 착하고, 성실하고, 남의 부탁도 거절 못하고 다
들어주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 남자도 제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나봐요. 그가 첫데이트를 신청해서 우리는
회사밖에서 데이트라는걸 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나고 있어요.
이제 그와 저는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그리고 친구들처럼 저희도 결혼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 집에 그남자의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어요.
왜냐면 그의 나이는 저보다 8살이 많은 서른셋이거든요. 저의 언니도 형부랑
8살 차이가 나는데 결혼할 때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어요. 형부는 대학도 졸업
했고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런것도 성에 안차셨나봐요.
매일 술을 드시고, 언니를 불러 꾸중하시고, 헤어지라고 강요하시고 그랬답니다.
하지만 언니는 고집대로 밀고나가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그 후에도 아버지는 형부를
별로 맘에 안 들어하셨는데 이제는 아버지께도 잘하고 또 조카도 생기니까 달라지
시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언니의 맘고생이 참 심했어요.
언니의 맘고생 하는 것과 아버지의 속상해하시는 것을 보고 저는 아버지 맘에 꼭
드는 사람과 결혼해야지 하고 다짐도 했었어요.
그런데 운명은 어쩔수 없나 봐요. 한순간에 이 남자다 이런 것은 아니었구요.
옆에서 계속 있다보니 정도 들고 사랑이란 감정도 느끼게 되더라구요. 지금은
저도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보름전쯤 남자친구의 집에 인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집에 만나고
있는 아가씨 있다고 했대요. 그랬더니 누님들 세분이 너무 저를 너무 보고
싶어하셔서 한번 만나뵈러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
누님댁에 들렀어요. 누님세분이 모두 저를 보려고 와계시대요. 그리고 저를
너무 맘에 들어하셨어요. 저녁도 고기집에 가서 사주시고 다음날은 맛있는
아침을 상 가득히 차려주시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내년봄쯤 결혼식을 꼭
올리자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포항으로 내려왔는데 남자친구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이 사람은 이렇게 까지 저를 좋아해주고 아껴주는데 저는 아직
아버지께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으니까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아버지께서 화내시는 모습이 눈에 선해요.
그래서 아버지께 어떻게 말씀드릴까 고민고민하다 여기다 글을 써요.
아버지께서는 즐거운 오후2시를 즐겨 들으시는데 목요일, 금요일에는 꼭
들으시거든요.
아버지, 나이많은게 무슨 흠이겠어요. 세상에서 저를 제일 아껴주고 사랑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더 나이차이 많이 나는 부부들도 모두들 잘 살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결혼하실 때 그렇게 반대했던 언니를 보세요. 얼마나 행복하게 잘
지내요? 그리고 아버지와 엄마도 7살 차이가 나시잖아요. 아버지 이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 꼭 한번 만나주세요. 이번 추석때 인사하러 오라고 할께요.
아버지께서 저의 행복을 바라신다면 저희의 결혼 꼭 허락해 주세요.
박용수, 김경희씨, 방송을 통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참 어렵네요. 용기내어서
적었는데 무척 부끄럽네요. 어버지께서 들으실수 있도록 이번주 목요일에 꼭
좀 읽어주세요. 방송을 통해 들으시면 저를 이해해주실꺼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만약 선물을 주시려면 아버지께 드릴수 있게 화장품상품권
부탁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