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고향은 황해도랍니다.
- 작성일
- 2001.10.03 23:53
- 등록자
- 유정애
- 조회수
- 703
박용수 김경희님 안녕하세요.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오늘부로 추석연휴의 마지막날이 지나가네요.
일년에 두번있는 명절때면 모두들 기분이 들떠 있기 마련이지만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마음은 오히려 더 착잡하고 안타까움만 더하답니다.
제 친정아버지께서도 황해도 출신의 실향민이세요.
625전쟁때 큰아버지,고모와 함께 피난나오시면서 고향에 두고오신 당신 부모님 때문에 늘 가슴 아파 하셨지요.
젊으실적엔 언젠가는 통일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으셨기에 힘든 피난시절을 견디실수 있었지만 연세가 드신 지금은 통일에 대한 믿음이 점점 사라져서 거의 매일같이 술을 드시며 아픈 가슴을 달래십니다.
당신 생전에 통일이 되어 고향땅에 묻혔으면 좋겠다라는 바램은 잊지 않고 꼭 간직하신채 말이죠..
아버지의 칠순되시는 생신날이 음력 8월 2일. 그러니까 지난 9월 18일이니까 고향 떠나오신지 벌써 반세기가 넘으셨으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통일에 대한 좌절감이 오죽하시겠습니까.
당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오십년 세월속에서 구슬픈 노래가 되어 버렸구요.
그렇게 고향 생각에 술을 드시고 오실적마다 저희 집에 오셔서 남편에게
김서방 이리 와서 내 고향 얘기 좀 들어보겠는가.로 시작하셔서
나 죽으면 고향 땅 보이는 곳에 잘 좀 묻어주게.까지
남편은 장가와서 2년동안 아버지와 술자리를 하며 가만히 아버지의 노래를 듣곤 합니다.
예전엔 명절때마다 당신 혼자 고향땅이 잘보이는 휴전선까지 버스를 타고 가셨지만 지금은 연세도 연세지만 무엇보다 걸으시는게 불편해 멀리 움직이지 못하셔서 아쉬운대로 명절이면 영덕에 이북오도민이 세운 망향탑으로 발걸음을 대신 합니다.
물론 그때마다 저희들이 모시고 가야만 하지요.
그런 아버지의 칠순잔치를 해드리려고 오빠와 의논을 하고난뒤 당신께 말씀을 드렸더니 부모버리고 저혼자 살겠다고 피난나온 당신이 무슨 낯으로 이남땅 이곳에서 칠순잔치를 하겠느냐며 극구 반대를 하셨지요.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 생전에 근사한 대접한번 해드리고 싶어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저희들 나름대로 준비해서 무사히칠순잔치를 마쳤지요.
그리고 어젠 오빠네와 같이 부모님 모시고 영덕에 다녀 왔어요.
명절때마다 그곳에만 가면 아버지의 고향분들을 꼭 만나게 됩니다.
어제도 소주 두어병에 고향얘기를 안주삼아 몇시간씩 말씀나누시다가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버지 눈가에서 눈물을 보았답니다.
예전엔 안 그러시더니 요즘은 부쩍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네요.
어서 빨리 통일이 되던지 아니면 실향민들에게 돌아가시기전에 한번만이라도 고향땅 한번 밟을수 있도록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네요.
박용수 김경희님.
아버지를 생각하며 강산에씨의 " ...라구요" 신청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