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죄송합니다.
- 작성일
- 2001.10.12 02:39
- 등록자
- 딸...
- 조회수
- 731
저는 오늘도 친정집으로 전화를 했지만.
아버지께서는 저의 전화를 메몰 차게 끊어 버리셨습니다.
괜시리 서러워..눈을 더 크게 떴습니다. 울지 않을려고..
명절만 되면 남편과 저는 말이 없이 명절연휴를 보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게 자신들의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가는데..
저희부부는 갈 곳이 없답니다...
친정 부모님들은 저희 부부를 보려고 하시지도 않으신 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일년정도 다닐 무렵 열심히 일하는 지금의 남편을 보고 첫 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남편은 아버지 가게의 종업원이었답니다.
친정 아버지께서는 가구 대리점을 하셨는데..
남편은 트럭운전을 하는 배달원이었답니다.
서글서글하게 생긴 남편의 선한 눈을 저는 사랑했습니다.
남편은 고아원 출신에 학력은 중졸..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속으로는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저는 알았습니다.
남편을 보기 위해 저는 매일 아버지 가게에 나갔고
우리들은 주위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며 사랑을 키웠답니다.
저는 남편에게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권했고. 열심히 노력하여 남편은 검정 고시에 합격을 한 후 야간 전문 대학까지 졸업을 했답니다.
저와 그가 사랑하는 사이 인 것을 몰랐던 아버지는 남편의 대학등록금도 내어 주고..
남편을 다른 종업원에 비해 특별히 사랑하셨답니다.
늘 말씀 하실 때 마다..
"반듯한 청년이야..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믿고 무엇이든지 맡길 수 있는 사람이야."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 하실 때 마다 저는 가슴이 뛰었고
어떻게든 저 사람과 결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쯤..
부모님께서 먼저 아신 후 무섭게 화를 내시며 저를 다그쳤답니다.
"어떻게 너가.. 절대 안된다. 그 놈은 고아에다..배운 것도 없고... 도대체 니가 어쩌려고.."
하시며 저를 다른 데로 시집 보낼려고 하셨지요..
저의 연인이 아닐 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청년이라고 칭찬 하시다.
딸의 연인이라고 하니 죽일놈이라는 부모님 생각들에 저는 강한 반항심이 생겼습니다.
그는 아버지 가게에서 쫒겨 났고.
저 역시 부모님의 감시로 남편을 일년동안 제대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절대로 부모님을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아 저는 집을 뛰쳐 나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급기야 옷 보따리를 산 후 야반도주를 했습니다.
인천이 고향인 제가 부모님 눈을 피해 신혼집을 구한 곳은 구룡포 산마을 밑..
이웃들에게는 결혼한 신혼 부부인양 행세를 하고 서류상의 혼인신고를 한 후 저희는 함께 살았답니다.
부모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고
부엌이 없는 방이라서 두평 남짓한 방안에서 휴대용 가스렌지에 밥을 해 먹으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답니다.
저는 학원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남편은 제 2연관단지에 작은 전기 회사에서 12시간 막교대 생산직 근무자로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습니다.
오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방 둘에 주방이 있는 주택에 전셋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첫 딸 현숙이를 낳았습니다.
남편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님을 저는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예쁜 우리 아가를 볼 때 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보고 싶어 목이 메여 옵니다.
현숙이를 낳을 때 얼마나 아팠는지..이루 말 할 수가 없었어요.
나의 어머니도 나를 이렇게 낳았구나 라는 생각에..며칠 밤 낮을 서럽게 울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에게는 엄마의 손이 한 시도 없으면 살아 갈 수 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딸 현숙이에게는 좋은것만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만 위험한 데로 가면 가지 말라고 붙잡고...
저는 그런 부모님 몰래 도망을 친 나쁜 딸입니다.
모두들 제게 손가락질을 한다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말 나쁜 딸입니다...
저의 부모님은 딸 만 셋이셨기에 맏 딸인 저를
바람이 불면 날려 갈까봐..
금지 옥엽으로 키우시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랑을 다 베푸셨답니다.
그런데 저는 부모님을 조금 더 설득시키려 하지 않고.
그냥 도망쳐 버렸습니다.
남편과 함께 한 시간 너무나 행복했지만
그 사람 몰래 저는 가슴 한 쪽이 많이 시렸습니다.
부모님이 허락하실 때까지 기다리질 못한 나쁜딸...
제 생각만 하고 집을 나왔으니 저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에 얼마나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을지..부모님의 그 마음을 저는 다 압니다.
어머니..아버지 정말 죄송합니다.
제발 저를 용서 해 주세요.
정서방 좋은 사람입니다. 성실한 사람이고. 그 무엇 보다 따뜻한 사람입니다.
받아 주세요.
날 때부터 고아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현숙이를 낳은 후 너무나 행복해 하면서 저의 부모님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찾아 뵐 수 있도록 해 주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