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이 터지는 밤 그리움도 터졌네
- 작성일
- 2001.10.18 18:31
- 등록자
- 박춘억
- 조회수
- 696
퇴근 해서 집에 가니 그날 따라 아내는 울쩍한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삼겹살과 소주로 주안상을 푸짐하게 대령했습니다
소주 한잔이 목으로 찌릿 찌릿 하게 넘어갔고 아~ 그날 따라 왜 그리 술맛이 꿀맛 이던지 ..
아내는 기름이 좔좔 흐르는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애교 스럽게도 "아~ 아~ "하고 내 입에 넣어 주자 "역시 마누라가 최고야~"라고 생각을 하며 삼겹살을 한입 베어 먹는데...먹는데...
갑자기 밖에서" 쾅~퍼퍼퍽 팡~ 피우웅~~..쾅쾅쾅.."
굉장한 괴음 소리와 함께 창문이 흔들 거렸고 거실 마저 흔들리는것 같아 혹 지진이 아닌가? 너무 놀랐습니다
(해마다 경주에도 미미한 지진이 일어 났음)
컴퓨터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엄마야 하면서 거실로 뛰어 나오자 전 가장으로써 목숨을 다 바쳐라서도 가족을 지킬것을 다짐했고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그 옛날 군대에서 훈련 받던 고참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말입니다
"모두 거실 바닥에 엎드려 ..수그리..수그리.."
놀란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바닥에 엎드렸습니다 .
잠시후 또 다시 굉음과 함께 베란다 밖으로 "와 ~와~"하는 함성 소리가 들렸고 섬광이 번쩍 거렸습니다
그때서야 아이들은 궁금해서 살금 살금 기어 베란다 쪽으로 갔고 전 육감적으로 지진이 아닌 그 무엇이 지금 창밖 에서 일어난것 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에게게~ 자기야. 지진이 아니라 폭죽 터지는 소리였네..휴~지진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웬 폭죽?"
"아참 ! 내일이 신라 문화제 하니깐 전야제 라고 축하 폭죽을 터트린거네.."
그날 밤
폭죽이 터질때 마다 아이들의 와~ 하는 함성 소리가 메아리 쳤고 형형 색색의 고운 빛깔이 유성 처럼 쏟아져내렸습니다
슈유웅~ 한개의 폭죽이 수직으로 밤하늘을 가로 질러 상공에 터질때 마다 멋진 야경에 넋이 빠졌고 그렇게 오래토록 서 있었습니다
폭죽이 터지는 멋진 광경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오래전 그녀와 보았던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 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수천개 수만개의 폭죽이 터지면서 세느강과 밤하늘을 곱게 물들였던 마지막 장면 이었습니다
매혹적인 긴머리의 여 선배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둘이서 본 그 영화가 떠올랐고 스무살의 숫기 없던 짝사랑이 생각 났습니다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 선배는 내가 군복무를 할때 멋진 의사와 결혼 했다는 소문에 한동안 가슴이 퍼렇게 멍들었고 그리고 추억속에 묻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폭죽이 터지던 그날밤 오래토록 잊었던 스무살의 순정과 애틋함과 그리움이 함께 터졌습니다
"자기야~.저 폭죽 한번 터질때 마다 몇만원 인줄 알아? 어이구..십만원 ..십 오만원... 삼십만원..."
"??????"
아내는 폭죽이 한번 터질때 마다 돈계산 한다고 바빴고 전 폭죽이 한번 터질때 마다 그리움이 터졌습니다
"아참~ 자기야 삼겹살 다 식겠네 그만 보고 삼겹살이나 먹자...당신 요즘 얼굴이 핼쓱해서 특별히 준비 한건데..."
"!!!!"
전 그날밤 아내와 나란히 폭죽이 터지는 멋진 야경을 보면서 추억속의 그 여자를 생각한것이 너무나 너무나 미안 했습니다
"여보야 ~ 당신이 최고야"
영문을 몰라 하는 아내는 ..괜시리 감격을 했고
"그런데 자기야 ..아까 나 우스워 죽는줄 알았다 당신이 아이들 한테 ..수그리 라고 했제 수그리가 뭔데?"
두 분 "수그리"가 무엇인지 아시죠?
엎드리라는 경상도 말 입니더..
그라고..이년후 2003년 10월 8일 ~10 "신라 문화제 "하면 두 분 전야제에 꼭 폭죽 구경 하러 오이~소
마지막으로 "여보야~ 다시는 딴 생각 안할께"
2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