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아 생일 축하해
- 작성일
- 2001.10.25 01:42
- 등록자
- 신지혜
- 조회수
- 717
사랑하는 나의 공주 지수야.
밤 12시가 지났으니 오늘이 너의 두 번째 생일날이구나.
내일 아침 끓여줄 미역국이랑 간단한 음식을 준비 한 후 시계를 보니 벌써 너의 생일날 새벽이구나.
자는 너의 얼굴을 보며 하나님께 한없는 감사 기도를 드렸다.
엄마와 너 그리고 아빠가 함께 맞이하는 세 번째 가을이구나!
올 가을이 엄마는 왜 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다.
너와 함께 단풍 구경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엄마를 이렇게 기쁘게 하나 보다.
지수야..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계절도 가을이었지.
네가 태어나던 그 해 가을
네가 세상에 처음 태어났듯이 엄마와 아빠도 너의 부모로 새롭게 태어났단다.
갓 태어난 너를 안고 아빠와 엄마는 믿을 수 없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에 더 큰 병원으로 더 큰 병원으로..옮겨 다녔었지.
오똑한 콧날에 백짓장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진 너는 선천성 심장병이라는 판명을 받고 위급하다며 바로 중환자 실로 옮겨졌었단다....
어린 너를 중 환자실로 보낸 그 해 가을에 엄마와 아빠는 울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중환자실 밖을 서성이며 너를 위해 기도 했었단다..
그리고 작년에 봄과 가을에 두번의 심장 수술을 받았었지...
아파도 울지 않는 용감하고 강한 너를 보면서
엄마와 아빠도 어느새 너처럼 강한 부모가 되어 있구나!.
오늘에서야 24개월이 되는 나의 공주 지수야.
예쁘게 그리고 귀엽게 자라 주어 너무 너무 고맙구나..
너와 나는 어제 베란다 화원에 있는 꽃씨들을 신문지에 받았단다..
"엄마. 이게 뭐야..."라고 너는 질문했었지.
"꽃씨란다."라고 대답했더니...꽃씨라는 말을 몰라 너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단다.
지수야 생각나니?
지난 봄..
우리가족이 셋이서 함께 채송화, 봉숭아, 멘드라미 꽃씨를 꽃집에서 사 왔던 날..
아빠는 흥이 나서 꽃씨를 화분에 심으시는데 너는
나도 하겠다며 땡강을 부렸지.
그리고 처음 새순이 돋던날..
베란다에 나갔던 아빠가
"지수야...꽃이란다." 이한마디에
너는 곰세마리 노래를 흉내내며..
"아빠꽃, 엄마꽃, 아기꽃" 하루종일 그 노래를 불러 우리를 행복하게 했단다.
지수야...네가 태어난 이 아름다운 계절...가을....
가을은 꽃씨를 받는 계절이란다.
가을햇살이 마지막 열기를 짜내어 남은 꽃포기들을 말리며 따갑게 꽃씨들을 영글게 한단다..
아침에 우리집 베란다 화원을 방문했던 나비들이 그냥 가버렸지?..
왜냐면..꽃들이 모두 꽃씨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란다.
엄마가 하는 꽃씨 추수에 떼를 쓰지 않고 심부름을 잘 해 주었던 낮에 너를 생각하면 엄마는 마음이 뿌듯하단다..
어느사이 어른 스러워진 지수...대견하고. 또 자랑스럽구나....
쏟아질 듯 까맣게 영근 꽃씨들을 보며 나는 네게 말했지...
".지수야.. 이 꽃씨는 채송아 꽃씨, 이 곳씨는 멘드라미 꽃씨, 이 꽃씨는 봉숭아 꽃씨...."
수다스럽게 이야기하는 엄마에게
너는 새침떼기 소녀처럼..
"응..그래"
라며 짧은 대답을 했었지.....
지수야.
엄마는 이 가을에 지금껏 너에게 보여 주지 못한 것을 많이 보여 줄 거고..
들려 주지 못한 세상이야기를 해 줄거야.
그지없이 높고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가을햇살..
기분을 좋게 하는 바람들 예쁘게 물든 단풍들이 우리를 집 안에 있지 못하게 자꾸만 유혹을 하니 매일 매일 산책을 하자.
은행나무길도 걸어 보고.. 공원길도 걸어 보고.. 코스모스가 핀 가을 길도 거닐자.
여기 저기 길가에 만발히 피어난 들꽃 향기도 함께 느껴 보자.
그리고..거리에 떨어진 낙엽들을 주워 우리들의 사진첩에 한 장 두장 끼워두자.
지수야..
너는 엄마와 아빠에게 아주 특별한 공주란다.
자라며 건강해지는 나의 어린 공주.
지금까지도 여러 모습으로 변했듯이 너는 앞으로 자라면서 변하겠지..
엄마와 아빠도 세월과 함께 조금씩 변하겠지..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 있단다.
우리가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너를 꼬옥 안아 줄 것이며,
언제나 네 편이 되어 줄것이란다.
너는 엄마와 아빠의 예쁜 딸이기에 지혜롭게 자랄 것이며..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나리라 믿는다.
언제나 늘 위해 기도하마..
영원히 너를 사랑할 것이며..또한 너의 두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한다.
2001.10월 25일 새벽에 너의 두 번째 생일날 새벽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