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을 주우며
- 작성일
- 2001.11.01 09:26
- 등록자
- 이지영
- 조회수
- 684
농촌에는 지금 너무도 바쁩니다
황금 들판으로 물든 들에서 가을추수를 해야하고 콩이며 팥이며 여러 밭작물들도 수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저께는 친정집 마당에서 친정어머니와같이 다 털고난 팥을 거두었습니다
넓은마당 이곳저곳에 흩어진 붉은 팥을 주우면서
가을이 이렇게 찾아왔고 이렇게 또 올해의 가을이 우리들의 가슴에 묻어야 하는것인가를요
우리들이 클때 가을이면 넓은마당에 베어온 팥가지를 늘어놓고 도리깨로 두들겨서 팥알을 떨어지게하고 콩타작, 깨털이등 가을내내 마당은 곡식수확으로 분주하였습니다
가을을 줏어담는 어머니와 가족들의 바쁜손놀림이 생각이 나고 이구석 저구석에 붉은 팥을 주워담아 가을을 한데 모았습니다
아직은 환갑도 안 지나셨건만 힘든 농사일로 몸이 늘 피로하여서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보며 세월이 정말 한탄스러웠고
우리의 젊은 아버지 어머니들을 저렇게 만들어버린 세월이 얄미웠습니다
지금은 농촌에 기계가 들어와서 추수가 쉽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러손길이 필요한 농사일은 분명 힘든 일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여러가지 핑계로 농사를 지을때는 잘 거들어드리지는 못하고 수확해놓은 곡식이며 야채며 갖다먹을때는 손과 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어머니와 마당 구석구석의 붉은 팥을 주우면서 우리들이 초등학교에 다닐때 이맘때쯤 다 거둬들인 빈 논에가서 가을에는 벼 이삭줍기를 하여 학교에 모았던것과 봄에는 보리이삭을 주워서 모았던것이 기억이 납니다
또 겨울동안 보리가 얼지말고 잘 견디라고 잘 자라라고 반 아이들 전체가 선생님과 줄을 지어서 보리를 밟아주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겨울이 되기전 우리들은 포대를 들고 산으로가서 솔방울을 한가득 주워서 학교에 모아 겨울내내 땔감으로 사용하였지요
우리들은 이렇게 산교육을 받았고 그 때의 일들은 영영 잊지않을 것이고 추억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가을 들판의 곡식들을 수확하기엔 정말 너무 많은 수고와 힘이 필요하겠죠
한알 한알의 팥알이 모여서 우리의 식탁에 오를것이고, 많은 분들의 생신땐 맛있는 팥밥으로, 동짇날엔 맛있는 팥죽으로,
더운 여름날엔 시원하고 달콤한 팥빙수로 이렇게 이렇게 많이 사용되어진다고 생각하니 정말 팥알 한알의 소중함이 대단하다는걸 느껴서 마음이 묘했습니다
팥알을 주우면서 오랜만에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정말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