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야..
- 작성일
- 2001.11.15 10:51
- 등록자
- 이경숙
- 조회수
- 694
영미야..
오늘은 많이 추운 날씨구나.
얼마 전까지 독신으로 살겠다던 네가
서른 다섯의 나이에 두 살 연하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다니 나는 나의 일처럼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었단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생각이 뇌리에 스치더구나.
장롱으로 가서 옷장 문을 여니..
막상 네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이 없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더구나.
니가 내 이야길 들으면..
"기집애...그냥 아무 옷이나 입고 와"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화려한 네 결혼식에 어울릴 만한 모습으로 네 결혼식장에 나는 가고 싶단다.
그 날 밤늦게 하루종일 정비소에서 자동차 수리를 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여보 다음달에 영미 결혼식인데 입고 갈 옷이 없네?" 라고 했더니
"이참에 옷 한 벌 사 입어. 당신하고 영미씨가 보통친구야"
하며 옷 한 벌 사 입어라는 말에 그 다음날 용기를 내어 시내에 나갔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입을만한 정장 한 벌이 내가 한 달 내내 대형 매장에서 일한 월급보다 훨씬 많아 가격표만 보고 놀라서 그냥 집에 와버렸어..
결혼을 하고 막상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어보니
나 보다는 가족들에게 먼저 신경을 쓰게 되더라.
여유돈이 조금 생기면 아이들에게 예쁜 옷 입히고 싶고..
남편에게 맛나는 음식해 주고 싶고..나에게 투자할 일은 거의 없어져 버렸어..
그러다 보니 마음은 아닌데..너를 만나는 일도 뜸해졌었고, 변변한 선물 한 번 해 주지 못해서 너무 너무 미안했었는데.. 이번 결혼식때는 좋은 선물을 해 주고 싶고.
예쁜옷 입고 네 결혼식에 참석 하고 싶은데..그럴 수 없는 내 형편에 속이 상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여고시절..
함께 기말고사 시험공부 하다 갑자기 "에너벨리"시를 읊고 공부는 뒷전으로 한 후 밤새도록 그 시에 대해 토론을 하다 밤을 꼬박 새우고 그 다음날 시험 망치고도 웃었던 우리.
서로의 우정 영원하자며 매일 만나면서도 쪽지 편지 주고 받았던 우리...
영미야.
숙이 마음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세월로 인해, 그리고 환경으로 인해 모습과 형편이 조금 변해서...그렇치
너에 대한 내마음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내게 소중한 것이 있으면 뭐든지 네게 주고 싶어...
니 결혼식에 화려하지 못한 모습으로 내가 참석 하더라도 이해해줘...
그냥..내 모습 그대로 가도 니가 이해 해 주리라 믿어...
그래도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성의껏 준비하여 너의 결혼식 선물을 할게..
영미야..남들보다 늦게 하는 결혼이니..
더 행복하게 살려무나..
너의 남편 될 멋진 남자.. 빨리 보고 싶다.
영미야..
결혼생활은 한마디로 나를 없애는 일인 것 같더라..
나의 생각을 먼저 주장하기 전에 남편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주는 것..
그것이 현명한 결혼생활이더라..
둘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다 보면...좋은 일도 많치만 때론 힘든 일도 많이 만나게 되더라..
그 때 마다 남편을 믿고 그와 하나가 되어 잘 헤쳐 나가길 바란다....
사랑해 영미야...
너의 영원한 친구 숙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