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트리장식을 하며
- 작성일
- 2001.12.11 12:42
- 등록자
- 황혜란
- 조회수
- 672
작년에 넣어 두었던 트리를 꺼내어 산타인형,여러 가지 종과 예쁜 그림을 장식하면서 아들은 신이 났습니다. 색전구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는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추억에 잠시 젖었습니다.
제가 중3때,제법 큰 회사의 경리과장이었던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시고 차린 용달회사가 부도가 난것입니다, 친구들이 부러워하던 큰집에서 이사를 했지요. 그곳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달동네였죠.
사춘기에 접어든 저는 너무 창피했습니다. 그래서,친한 친구들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죠.어느날 아침 학교를 갈려고 문을 나서다 영미와 마주쳤습니다.
저와는 공부나 모든것에서 경쟁상대인 친구였기에 친하지 않은 친구였습니다.
너무 놀란 저는 마음속으로'영미한테 뭐라고 하지'하며 가만히 서 있었죠.
영미도 놀란표정으로 '니 여기 사나'했지요.
저는 영미에게 말했죠.'니 학교가면 아이들한테 절대 말하지마라'
쉬는 시간에 영미가 웃으며 소곤대는 아이들은 다 내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계속 신경이 써였죠.
그렇게 하루 하루 불안한 날들이 지나고,겨울 방학을 했습니다.
12월 24일 ,중학생인 저와 달리 아직 철없는 동생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주실 선물을 생각하며 신이 나있었죠,
매년 부모님이 우리 다섯명이 곤히 잠든 새벽녘에 놓아 두셨던 과자 종합선물셋트와 새신발과 장난감은 이제는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나타나지 않는한 받을수가 없는 꿈이였죠.
성탄절 아침,'와 와"하는 막내 동생의 목소리에 잠이 깨여 일어나니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지
커다란 선물상자가 놓여 있고.동생들이 상자속에서 장난감.과자.학용품등을 꺼내는 겁니다.
얼른 일어나 부엌에 계신 엄마에게'돈도 없을텐데 선물은 뭐할라고 샀노'
조금뒤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장사를 마치신 어머니가 집대문을 열려고 하는데,웬 여학생이 뛰어 오더니 선물상자와 편지를 주고 가버렸다면서 편지를 꺼내주시더군요.
영미가 보낸 편지였습니다.
'혜란아,밝고 모든일에 적극적인 네가 부러웠어.지금 힘든일은 너에게 멋진 추억이 될꺼야. 이 선물은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주는 거니까 동생들 줘라.우리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친구 영미가'
편지위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습니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영미가 교회에서 주는 선물을 나한테 준거죠.
그후,엄마가 하시던 통닭장사가 잘되어 다시 큰집으로 이사를 했고.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한 우리들은 그렇게 또 멀어졌지요.
매년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되면 더욱 생각나는 친구 영미
어디서든지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받고 있겠지요.
보고싶다,친구야

